"올해는 꼭 정부와 국회에 '헌법에 동학농민혁명을 새겨달라'는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11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한복과 정장을 걸친 수백여명의 사람이 몰렸다. 수염을 길게 기른 노인부터 청년, 어린 아이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상기된 표정으로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헌법 수록이나 유공자 지정 등 동학농민혁명 유족들의 요구에 대한 자료나 팻말을 손에 든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이날 문화체육관광부와 동학농민혁명기념재단은 제132주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식을 개최했다. 최휘영 문체부 장관과 유홍준 중앙박물관장 등 정부 인사와 재단 관계자, 유족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최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의 서면 기념사를 대신 낭독했다. 2019년 동학농민혁명 기념일이 국가기념일로 지정된 이후 현직 대통령이 기념사를 전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참석자들은 여러 부분에서 동학농민혁명의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다는 반응을 보였다. 첫 대통령 기념사부터 현직 장관·중앙박물관장 등 주요 인사의 참석, 농민혁명 유족의 초청 규모 확대 등 정부 차원에서 기념일을 챙기기 시작했다는 이유에서다. 자신을 동학농민혁명 당시 전북에서 숨진 열사의 후손이라고 소개한 한 참여자는 "올해야말로 헌법 정신 수록, 유공자 지정 등 숙원을 해소할 때"라고 말했다.
이날 기념식에서 구체적인 지원안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하지만 동학농민혁명에 대한 정부 반응은 긍정적이다. 이 대통령은 "동학농민혁명은 민주주의의 위대한 첫 발걸음"이라며 "대동 세상과 맞닿아 있는 국민주권정부가 다함께 잘 사는 나라를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동학농민혁명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별다른 논의가 없었다. 전북도는 동학농민혁명에 참여자 유족(증손자녀까지 포함)에게 연간 60만원을 지급하는 조례 개정을 추진 중이며 국회도 참여자를 독립유공자로 인정하는 법안을 논의 중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당 범위가 지나치게 넓고 다른 보훈수당과의 형평성 문제 등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제기됐다.
참석자들은 이날 기념식을 계기로 이같은 논란을 불식시켜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았다. 한 참석자는 "동학농민혁명은 130여년 전 일이라는 이유로 5·18 민주화운동이나 4·19 혁명에 비해 소외돼 있었다"며 "지금이라도 올바른 기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단 관계자도 "지난 1년 동안 새롭게 등록된 유족만 631명"이라며 "반봉건 반외세 민주항쟁의 가치를 바로 새겨야 한다"고 설명했다.
문체부는 이날 3·1 독립운동과 5·18 민주화운동 등 다른 역사적 항쟁에 못지 않도록 기념 사업을 키우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최 장관은 "동학농민혁명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우리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이라며 "동학농민혁명의 역사적 의미를 공유하고 정신을 알리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