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테마파크 산업이 직면한 위기는 경쟁사만의 문제가 아니다. 디즈니나 유니버설과의 경쟁 이전에 소비자들의 여가 생활 자체가 달라지고 있어서다.
과거 놀이공원은 가족 나들이의 대표 장소였다. 1980~1990년대만 해도 에버랜드와 롯데월드는 주말이면 긴 입장 대기줄이 생길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게임, 복합쇼핑몰, 전시·공연 등 대체 여가가 늘어나면서 놀이공원의 존재감이 예전 같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장 큰 변화는 콘텐츠 소비 방식이다. 과거에는 영화관이나 놀이공원처럼 외부 활동이 주요 여가였다면 이제는 스마트폰과 TV만으로도 언제 어디서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게 됐다.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의 '방송매체 이용행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OTT 서비스 이용률은 2016년 35%에서 2025년 81.8%로 9년 새 46.8%포인트 증가했다. 넷플릭스와 유튜브 등이 일상화되면서 소비자들의 시간을 둘러싼 경쟁도 한층 치열해졌다.
게임 역시 강력한 경쟁자로 떠올랐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24년 국내 게임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3.9% 증가한 23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과거 놀이공원으로 향하던 여가 수요 일부가 온라인 콘텐츠와 게임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소비 트렌드 변화도 영향을 미쳤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하루를 통째로 보내는 전통적인 나들이보다 짧고 강한 경험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팝업스토어와 전시회, 페스티벌, 복합문화공간 등이 인기를 끄는 배경이다. 최근 대형 쇼핑몰들이 쇼핑뿐 아니라 F&B(식음료)와 문화시설,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결합한 체류형 공간으로 진화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테마파크 산업 특유의 한계도 존재한다. 대부분 야외 시설 중심으로 운영되다 보니 폭염과 폭우, 한파 등 날씨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여기에 높은 시설 투자비와 유지비 부담까지 더해지면서 변화하는 소비 트렌드에 대응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더 이상 테마파크끼리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라고 말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에버랜드와 롯데월드가 경쟁했다면 지금은 넷플릭스, 게임, 쇼핑몰, 각종 문화 콘텐츠와 경쟁하는 시대"라며 "소비자의 시간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훨씬 치열해졌다"고 말했다.
김치호 한양대 문화콘텐츠학과 교수는 "즐길 수 있는 대체재가 크게 늘어나면서 과거처럼 테마파크에 관람객이 집중되기 어려운 환경이 됐다"며 "테마파크뿐 아니라 영화관 등 오프라인 콘텐츠 산업 전반이 비슷한 변화를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