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던힐 값이 무슨 상관

세종=우경희 기자
2015.01.07 05:30

"근데 던힐은 왜 욕을 먹나요?"

담배값 인상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에게 취재원들이 되물었다. 던힐 등 주요제품의 가격 인상을 늑장 신고한 BAT(브리티쉬아메리칸토바코)에 대해 '꼼수'라는 지적이 비등하던 상황이었다.

BAT는 담배세 증세에도 불구하고 담배가격 인상을 늑장 신고했다. 세금 인상을 값에 반영하는게 당연한 수순인데, BAT는 정부의 담배세 인상 시점이 한참 지나도록 "본사의 결정이 지연되고 있다"며 가격 인상 신고를 하지 않다가 결국 6일 오후에야 신고를 접수했다.

다른 담배가 5000원에 육박하는 동안 던힐은 여전히 2700원이었다. 당연히 시장에선 품귀였다. 변두리 편의점에서 던힐을 봤다는 얘기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무용담처럼 올라왔다.

정부는 BAT에 은근히 불편한 내색이다. 꼼수로 시장을 교란했다는 거다. 주무부처 한 관계자는 BAT의 신고 지연에 대해 "재고를 싸게 소진하면서 점유율을 늘리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미 출고된 담배에 대해서는 세 인상이 반영되지 않음을 악용했다는 해석이다. 어렵게 담배세를 올렸는데 외국계 회사가 뻗댄 상황이니 불쾌할 만도 하다.

그런데 애연가들의 입장에선 BAT를 힐난하는 정부처럼 어이없는 것도 없다. 세금 인상까지는 정부의 영역이다. 하지만 가격을 올려서 세 인상 부담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담배회사가 결정할 일이다.

물론 자선사업이 아닌 이상 BAT가 가격을 올리는 것은 기정사실이었다. 하지만 BAT가 가격을 올리든 말든 정부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 세 인상분 2000원을 온전히 반영하든 안 하든 그 역시 BAT가 판단할 몫이다. 담배값이 크게 오른 가운데 조금이라도 담배를 싸게 살 수 있었다면 소비자에겐 나쁠 것이 없다.

담배세를 올린 정부가 국민건강증진이라는 명분에 자신이 있다면 태연할 일이다. 던힐 값이 오르거나 말거나 문제 될 것이 없다. 버티는 BAT를 곁눈질하던 정부의 모습에서 담배세 인상 논리의 부실이 엿보이는 듯 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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