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성장률 정책을 실질GDP(국내총생산)성장률 중심에서 실질과 경상성장률(실질GDP+GDP디플레이터·물가상승률) 병행으로 바꾼건 국민들의 성장률 체감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현재 실질성장률(예측치)이 3%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는데, 2%가 넘는 물가 목표를 제시해 5%대의 성장을 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들이 "경제가 나아지고 있다"는 체감을 한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정부는 그동안 실질성장률 위주로 경제전망을 발표하다보니, 물가수준이 성장률에 반영되지 않아 국민들이 성장률 체감을 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경제 주체가 인식하는 성장률은 물량 기준인 실질 성장률보다 물량과 가격이 함께 반영된 경상성장률이란 이유에서다. 정부의 이런 인식엔 최근 저물가 기조가 자리잡고 있다. 저물가 탓에 실질성장률보다 경상성장률이 빠르게 둔화되는 등 경제 외형이 둔화되면서 국민들의 경기 인식이 악화됐다는 지적이 많았다는 얘기다.
정은보 기획재정부 차관보는 "경제활력을 높이기 위해 한국은행과 물가안정목표를 재설정했는데, 앞으로 경상성장률도 고려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바꿨다"며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지금보다 물가를 높게 설정해 관리하는 등 저물가에서 빠져나오는게 정책 목표다"고 말했다.
정부는 저물가가 이어져 경상성장률이 둔화되면 국민과 기업 등이 느끼는 체감 경기가 더 안좋다고 설명한다. 실물경제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 이를테면 경상성장률이 낮아지면 기업의 경우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하락하고 투자부진과 고용둔화로 이어진다. 가계의 경우 명목 임금상승률이 하락하고 부채부담이 증가하면서 소비가 위축된다. 정부 역시 세금 걷기가 힘들어지면서 세수확보에 차질이 생기고 결국 재정건전성이 악화된다.
일본이 반면교사를 삼을만한 사례다. 일본은 적정 물가 관리에 실패하면서 '잃어버린 20년'을 경험했다는게 정부의 분석이다. 일본의 경상성장률은 1980년대만 해도 6%를 기록했는데 저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1990년대엔 2%, 2000년대에 -0.7%, 2010~2014년엔 0.7% 등으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20년 넘게 경제활력도 떨어진 상태다.
정부는 과거 고성장기와 달리 지금처럼 경제가 성숙한 단계에선 적정수준의 물가와 성장이 결합된 경상성장률 관리가 필요하다고 느꼈다. 선진국들이 우리와 유사한 수준의 소득을 달성했을 당시 5%대의 경상성장률을 관리했다. 우리나라가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후반인 지금 경상성장률이 4.2%인데, 독일은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 후반일때 경상성장률이 5%를 기록했었고 미국은 5.4%를 나타냈다. 이들 선진국은 2%대의 물가를 목표로 거시정책을 추진했다.
정부는 경상성장률을 신경쓰면 실질성장률 목표치를 달성하면서 적정 수준의 물가도 관리할 수 있다고 본다. 이에 따라 적정한 경상성장률을 유지하도록 재정과 통화 등 거시정책조합(Policy Mix)을 운용할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경상성장률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번 경제전망부터 경상성장률 전망치를 실질성장률과 함께 쓰기로 했다"며 "중기 물가안정목표제 재설정을 계기로 물가수준 정상화와 정부 차원에서도 경제활력 노력 강화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저성장이 고착화된 상황에서 정부가 수치로 나타난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높이는 이른바 '꼼수'를 쓴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올해 실질경제성장률은 2.7%로 전망했는데, 물가상승률을 감안한 경상성장률은 5%로 두배 가까이 높아진다. 내년 역시 실질은 3.1%지만, 경상은 4.5%로 확실히 올라간다.
실질성장률만 보면 경제가 둔화된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경상성장률 제시로 '착시효과'를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얘기다. 또 실질성장률이 낮게 나타났을 경우엔 정부가 올리기 쉬운 물가를 건드려 성장률을 인위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기재부 고위관계자는 "경상성장률을 중시한다는 얘기는 저물가 수준에서 좀 더 빨리 탈피하자는 것이지, 성장률을 억지스럽게 높이자는 건 아니다"며 "재정정책 등 거시정책 차원에서 물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하자는 게 이번 경상성장률 병행의 목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