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통화기금(IMF)이 중동 전쟁에 대한 한국의 대응 역량을 충분하다고 평가하며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 것으로 파악됐다. 재정적자 없이 부채를 상환하는 추가경정(추경) 예산을 편성하는 등 정책 여력을 긍정적으로 본 것이다.
최지영 IMF 상임이사는 지난 1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란 문제가 없었으면 (IMF에서) 우리 성장률을 더 높게 전망했을 것 같다"며 "이번 추경(성장률 기여도)을 한 0.2%p 정도로 보면 (전망치가) 더 올라갔어야 한다"고 말했다.
IMF는 지난 14일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 1월 전망(3.3%) 대비 0.2%p 하향한 3.1%로 제시했다.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1.9%로 종전 수준을 유지했다. 한국의 물가상승률은 올해 2.5%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 이사는 "한국이 지난해 4분기 무역 쪽에서 굉장히 좋았다"며 "반도체, 자동차, 조선 등 퍼포먼스가 너무 좋았기 때문에 (성장률이) 더 좋았어야 하지만 (그럼에도) 아직 여력이 남아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강점이 있는 산업에서의 호조가 유지되고 추경을 하는 데도 세수 여유가 있어서 아무런 재정적자를 유발하지 않고 오히려 부채를 상환할 정도까지 가는 정책적 여력이 충분하다 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최 이사는 "한국이 재정적인 측면에서 빨리 대응했고 기름 가격에 대한 캡(cap)도 씌우는 등 단기적인 충격을 제어하는, 조정된(coordinated) 정책이 있었다고 본 것"이라며 "한국에 충분한 재정 정책적인 여력이 있다는 걸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중동 전쟁의 불확실성이다. 최 이사는 "상반기에 어느 정도 정리돼서 유가가 정상화될 거라는 전제하에 이런 전망을 한 것"이라며 "인플레이션 충격(shock)은 오겠지만 만약 평균 유가가 100불까지 올라가고 내년까지 유지가 되는 등 더 안 좋은 시나리오로 갔을 때 하방 압력은 좀 높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 이사는 "휴전이 빨리 이뤄지고 사태가 진정되면 다음 전망 때 한국에 대한 더 좋은 전망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확실치는 않지만 여러 전제조건 하에선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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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IMF가 발표한 재정모니터(Fiscal Monitor)와 관련해 정부 부채에 대한 우려도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최 이사는 "지난번 재정모니터에 비해 선진국들이 (정부 부채 비율이) 낮아졌다"면서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가 유지되니 IMF에서 경고했다는 지적이 있는데 중기 재정적자 전망은 낮아졌다. 과잉 반응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IMF는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부채(D2) 비율은 올해 54.4%로 전망했다. 2026년~2030년 한국의 GDP 대비 D2 비율은 2.3~2.6%p 하향 조정했다.
재정경제부 국제경제관리관(차관보)이었던 최 이사는 지난 6일부터 IMF 상임이사로서 공식 임기를 시작했다. 한국은 IMF와 세계은행(WB)에서 이사직을 수행하는데, 두 곳의 상임이사와 대리이사를 번갈아 맡는다. 최 이사는 외환제도과장, 국제금융과장, 국제금융국장 등을 거친 정통 국제경제 관료 출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