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구글의 시장지배적 사업 행위에 대해 '반독점법 위반'이란 입장을 밝히자,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련 내용 파악에 들어갔다.
공정위는 3년 전 구글이 국내에서 비슷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렸지만 시장 상황이 달라진 만큼 EU의 보고서를 분석한 후 재조사를 결정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21일 정부에 따르면 공정위는 EU의 이번 판정 사유가 담긴 심사보고서를 입수하는 대로 정확한 내용을 확인해 구글에 대한 재조사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U는 20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구글이 휴대전화 제조사에 구글 검색엔진, 크롬 브라우저를 사전에 설치토록 요구해 소비자들이 모바일 앱을 선택할 권리와 경쟁사의 혁신을 막았다고 지적했다.
EU에 따르면 보면 유럽에서 사용하는 스마트폰의 80%가 구글이 만든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이용하고 있다.
EU의 이번 조치는 국내 방식으로 볼 때 공정위가 구글 측에 반독점법 위반 내용이 담긴 심사보고서를 보낸 것과 같다. 아직 전원회의 판정 등 최종 심의·의결이 남은 셈. 구글은 EU의 통보에 대해 12주 안에 답변해야 한다.
구글의 소명이 이뤄지면 우리나라의 전원회의와 같은 EU위원회의 전체회의가 열리고, 여기서 최종 판결이 이뤄진다. 만일 위법으로 판명나면, 구글은 지난해 전 세계 매출의 10%인 74억달러(약 8조30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공정위가 주목하는 건 EU의 위법 판정 기준이다. 3년전 구글의 비슷한 행위에 대해 무혐의 판정을 내린 공정위로선 차이점을 밝히는 게 급선무다.
2011년 네이버와 다음이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는 과정에서 구글의 검색엔진만 탑재하고, 국내 회사 검색 프로그램을 배제했다"며 공정위에 제소했고, 곧바로 조사가 이뤄졌다.
공정위는 이후 2년간 조사를 마치고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구글의 국내 검색시장 점유율이 10%에 그치는 등 시장점유율상 경쟁제한 효과가 없다고 결론 냈다. 또 계약서에 불공정 조항만으로 불공정 행위를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관련 업계를 중심으로 3년 전과 달라진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공정위가 구글에 대해 다시 조사할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국내 시장에서 구글의 인터넷 브라우저(접속 프로그램) '크롬'을 사용하는 비중이 마이크로소프트(MS) '인터넷 익스플로러(IE)'를 넘어섰다.
시장조사기관 스탯카운터에 따르면 크롬은 이달 국내 PC용 브라우저 점유율 46.17%로 IE(44.35%)를 밀어내고 1위에 올랐다. 지난달엔 2.29%포인트 차이로 IE가 앞섰다가 순위가 바뀌는 등 구글이 시장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이는 구글 안드로이드 OS 스마트폰의 영향력 덕분이다. 크롬 브라우저는 스마트폰과 PC를 연계해서 사용하는 기능이 특징이다. 이를테면 스마트폰에서 열어본 웹페이지를 즐겨찾기에 등록하면 PC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기본 탑재된 크롬 브라우저의 사용량이 늘면서 PC에서도 크롬 사용이 늘었다는 얘기다. 3년 전 공정위는 점유율이 미미했던 크롬 분야는 보지 않고, 검색시장만 봤다.
이처럼 변화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공정위가 구글의 사업 행위를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공정위는 이와 관련, 국내 검색시장에서 구글이 여전히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아직 정확히 판단할 자료가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시장 상황이 달라졌는지 여부와 그에 따른 구글에 대한 조사 가능성을 열어 놓았다.
공정위 관계자는 "EU측으로부터 위법 판정 보고서를 입수하는 대로 자세히 살펴보고, 3년 전 무혐의 내용과 비교할 계획"이라며 "재조사 여부도 EU 판정 내용과 구글의 국내 시장상황을 면밀히 검토한 다음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