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이곳 울산을 신공업도시로 건설하기로 했습니다. 빈곤에 허덕이는 겨레 여러분, 제2차 산업의 우렁찬 수레 소리가 동해를 진동하고 산업 생산의 검은 연기가 대기 속에 뻗어나가는 그날엔 국가 민족의 희망과 발전이 도래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1962년 울산공업센터 기공식에서 했던 축사의 일부다. 박 전 대통령의 말은 현실화됐다. 보잘것없던 한반도 동쪽 해안 남단의 어촌은 조선, 자동차, 석유화학 등 제조업의 본산이 되며 한국에서 1인당 GDP(국내총생산)가 가장 높은 도시가 됐다.
1996년 9월 광역시로 승격(경남도의회 안건 통과)했고 3개월 후인 1996년 12월, 한국은 전세계에서 29번째로 OECD에 가입했다. 울산은 한국 산업화의 출발점이었고 선진국으로 이끈 첨병이었다. 울산은 20년 전 광역시 승격 이후 계속 성장했다.
1996년 GRDP(지역내 총생산) 25조원에서 2014년 기준 69조원으로 늘었다. 1인당 GRDP는 2014년 기준 6110만2000원으로 1위다. 전국평균(2944만1000원)의 2배가 넘는다. 지난해 수출액은 729억달러로 국내 수출의 13.8%를 울산이 담당했다.
대한민국도 성장을 거듭했다. 20년 전 GDP 5979억달러에서 지난해 1조3775억달러(세계 11위)로 2배 넘게 증가했다. 수출은 1297억달러에서 지난해 5267억달러(세계 6위)로 4배 이상 늘었다. 경제지표상 ‘진짜’ 선진국 반열에 오른 것이다.
박 전 대통령 때 뿌린 선진국의 씨앗은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선진채권국들의 비공식 협의체인 파리클럽에 입회하는 또 하나의 결실로 이어졌다.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돈을 빌리는 나라에서 빌려주는 나라로 커오는 과정의 중심에 울산이 있었고 울산의 성장사는 대한민국의 성장사였다. 경제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우리나라는 이제 외국에서 배워가는 '모범사례'가 됐다.
그러나 울산은 지금 글로벌 경기침체 지속, 수출감소, 조선업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제조업이 불황을 겪으면서 활기를 잃고 있다. 특히 현대중공업 본사가 있는 울산 동구 지역의 경우 상가와 빌딩의 공실이 늘고 손님이 줄어드는 등 지역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이같은 울산의 위기는 단순히 울산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의 위기가 되고 있다. 경제관료 출신인 오규택 울산 경제부시장은 “울산은 지난 20년간 중후장대형 제조업의 메카로 한국 경제를 견인했다”며 “울산의 예를 외연적으로 확대하면 대한민국 경제의 모습이 보인다”고 말했다. 역으로 울산의 미래는 한국의 미래가 될 수도 있다.
오 부시장은 "울산은 물론 한국 전체가 이미 경쟁력을 선점한 산업분야에서 새로운 모델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리스크테이킹(위험감수)하면서 실패위험을 최소화하고 성공 가능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치고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최근 고용과 노동문제를 다루기 위해 울산에 연구원들을 내려보낸 방하남 한국노동연구원장은 "우리나라는 현재 GDP 세계 11위, 수출 6위 등 볼륨으로 보면 선진국이라 할 수 있다"면서도 "앞으로는 새로운 20년을 준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방 원장은 "수출 위주 성장을 한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에 휘청일 수밖에 없다"며 "선진국일수록 내수가 튼튼해 대외 변동이 있어도 경제가 잘 항해할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시장 불평등, 노인빈곤율, 소득불평등, 환경오염 등 현재 부족한 부분을 메워나갈 뿐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