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전환 돌파구, 독일에서 찾다]<3>기업 키우는 산·학 협력
②산학연 융합 생태계, 아들러스호프 사이언스 파크를 가다

베를린 남동부의 '아들러스호프(Adlershof) 사이언스 파크'. 1909년 독일 최초의 동력 비행장이 문을 열며 항공 실험의 무대가 됐던 이곳은 독일 통일 후 또 한 번 방향을 틀었다. 지금은 4.6㎢ 부지에 대학· 연구소·기업·스타트업들이 함께 자리 잡은 과학기술 단지로 성장했다. 산업 연구단지·대학 캠퍼스·기술기업 집적지·공공 창업 지원 기능이 한 공간에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 생태계다.

아들러스호프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와 '창업'이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교수로 재직했던 기초과학 명문 훔볼트대의 자연과학 캠퍼스와 비대학 연구기관·기술기업·스타트업 지원시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1300개가 넘는 기업과 18개 연구기관, 대학의 학생을 포함해 약 3만5000명이 일하거나 공부한다.
물리적 긴밀함은 협업의 속도와 밀도를 배가시킨다. 대학에서 배출된 석·박사 인력이 바로 옆 연구소와 기업으로 이동하고, 기업은 연구기관과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아들러스호프에 30년 이상 몸담았던 이 곳의 운영사 비스타(WISTA) 매니지먼트의 고문인 헬게 노이만 박사는 지난달 24일 "대학에서 인재가 길러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접근성이 높고, 기업과 연구시설 사이의 의사소통 경로가 짧아 공동 프로젝트가 쉽다"고 했다. 이곳의 한 실험실은 다른 회사들과 반드시 협력한다는 조건으로 정부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아들러스호프의 또 다른 특징은 공공성이 강한 운영 모델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비스타 매니지먼트는 베를린 주 소유의 유한회사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입주 기업의 세수 등이 주요 성과 지표다. 노이만 박사는 "우리는 수익을 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활동에서 이익이 생기면 반드시 재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창업지원 역시 산·학·연의 물리적 긴밀함과 공공성이 결합된 구조 아래 이뤄진다. 비스타는 창업 전 단계(pre-seed) 연구자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자금, 공간,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아이디어 단계의 초기 팀에는 주로 사무공간과 멘토링이 필요하지만, 기업이 성장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실험실· 저장공간이 필요해진다. 아들러스호프는 이 변화에 맞춰 기업이 단계별로 옮겨갈 수 있는 맞춤형 전용 센터를 제공한다. 창업 기업들은 지방정부나 유럽연합(EU) 등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8년간 보호된 환경에서 성장한 뒤 시장으로 나간다.
물리적 환경과 지배구조는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노이만 박사는 이곳의 성공 요인을 "명확한 대상 설정과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많은 기업과 연구소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지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골라냈다는 것이다. 아들러스호프가 내세우는 핵심 분야는 광학·광기술(포토닉스), 마이크로시스템, 신소재, 재생에너지 등이다. 연구와 산업이 만날 가능성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센터를 짓고, 관련 기업과 연구자를 끌어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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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도전 과제를 묻자 노이만 박사는 기후위기 같은 복합 위기의 해법을 찾는 연구를 꼽았다. 그는 "에너지, 기후, 건강 문제는 물리학이나 화학 한 분야만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며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하나로 묶어내는 구조적·조직적 노력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