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인슈타인 있던 대학 옆 1300개 기업…연구·창업 같이 큰다

아인슈타인 있던 대학 옆 1300개 기업…연구·창업 같이 큰다

베를린(독일)=권다희 기자
2026.05.26 04:45

[산업전환 돌파구, 독일에서 찾다]<3>기업 키우는 산·학 협력
②산학연 융합 생태계, 아들러스호프 사이언스 파크를 가다

[편집자주] 인공지능(AI) 전환(AX)·녹색 전환(GX)으로 요약되는 산업 변환기이자 '경제안보'로 대표되는 지경학적 전략이 주목받는 시대다. 전통 제조업 강국인 독일은 어떻게 돌파구를 모색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한국에 주는 시사점이 무엇인지 들여다봤다.

베를린 아들러스호프 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1930년대 항공기 역학 시험 시설인 '트루델투름(왼쪽 콘크리트 타워)'과 실제 기체 공기저항을 테스트하던 '대형 바람 터널(오른쪽)'. 베를린시는 이 같은 과거 기술 유산을 공원으로 보존하는 동시에, 인근에 첨단 소재 연구소 등 최첨단 연구 인프라를 배치했다. /사진=권다희 기자
베를린 아들러스호프 사이언스파크에 위치한 1930년대 항공기 역학 시험 시설인 '트루델투름(왼쪽 콘크리트 타워)'과 실제 기체 공기저항을 테스트하던 '대형 바람 터널(오른쪽)'. 베를린시는 이 같은 과거 기술 유산을 공원으로 보존하는 동시에, 인근에 첨단 소재 연구소 등 최첨단 연구 인프라를 배치했다. /사진=권다희 기자

베를린 남동부의 '아들러스호프(Adlershof) 사이언스 파크'. 1909년 독일 최초의 동력 비행장이 문을 열며 항공 실험의 무대가 됐던 이곳은 독일 통일 후 또 한 번 방향을 틀었다. 지금은 4.6㎢ 부지에 대학· 연구소·기업·스타트업들이 함께 자리 잡은 과학기술 단지로 성장했다. 산업 연구단지·대학 캠퍼스·기술기업 집적지·공공 창업 지원 기능이 한 공간에 맞물려 돌아가는 복합 생태계다.

훔볼트 대학교 아들러스호프 캠퍼스의 핵심 연구소 중 하나인 CSMB(전자·광전자·광학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구센터) 내부. 빛에 민감한 소재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주황색 조명을 유지하고 있는 클린룸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훔볼트 대학교 아들러스호프 캠퍼스의 핵심 연구소 중 하나인 CSMB(전자·광전자·광학 하이브리드 시스템 연구센터) 내부. 빛에 민감한 소재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 주황색 조명을 유지하고 있는 클린룸 전경./사진=권다희 기자

기업·연구기관·대학 모인 대형 클러스터

아들러스호프의 가장 큰 특징은 '연구'와 '창업'이 물리적으로 가깝다는 점이다. 이곳에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교수로 재직했던 기초과학 명문 훔볼트대의 자연과학 캠퍼스와 비대학 연구기관·기술기업·스타트업 지원시설이 한 공간에 모여 있다. 1300개가 넘는 기업과 18개 연구기관, 대학의 학생을 포함해 약 3만5000명이 일하거나 공부한다.

물리적 긴밀함은 협업의 속도와 밀도를 배가시킨다. 대학에서 배출된 석·박사 인력이 바로 옆 연구소와 기업으로 이동하고, 기업은 연구기관과 공동 프로젝트를 기획한다. 아들러스호프에 30년 이상 몸담았던 이 곳의 운영사 비스타(WISTA) 매니지먼트의 고문인 헬게 노이만 박사는 지난달 24일 "대학에서 인재가 길러지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인재 접근성이 높고, 기업과 연구시설 사이의 의사소통 경로가 짧아 공동 프로젝트가 쉽다"고 했다. 이곳의 한 실험실은 다른 회사들과 반드시 협력한다는 조건으로 정부 자금을 지원받기도 했다.

아들러스호프의 또 다른 특징은 공공성이 강한 운영 모델이다. 이곳을 운영하는 비스타 매니지먼트는 베를린 주 소유의 유한회사로, 수익 창출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입주 기업의 세수 등이 주요 성과 지표다. 노이만 박사는 "우리는 수익을 내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며 "활동에서 이익이 생기면 반드시 재투자해야 한다"고 했다.

990년대 초 아들러스호프 과학기술단지 조성 초기부터 참여해 30년 이상 사업개발 및 국제협력을 주도해 온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의 헬게 노이만 비스타(WISTA) 고문/사진=권다희 기자
990년대 초 아들러스호프 과학기술단지 조성 초기부터 참여해 30년 이상 사업개발 및 국제협력을 주도해 온 생물물리학 박사 출신의 헬게 노이만 비스타(WISTA) 고문/사진=권다희 기자

'기후위기' 연구, 현재의 도전과제

창업지원 역시 산·학·연의 물리적 긴밀함과 공공성이 결합된 구조 아래 이뤄진다. 비스타는 창업 전 단계(pre-seed) 연구자와 예비 창업자를 대상으로 자금, 공간, 네트워킹을 지원한다. 아이디어 단계의 초기 팀에는 주로 사무공간과 멘토링이 필요하지만, 기업이 성장해 제품을 만들기 시작하면 실험실· 저장공간이 필요해진다. 아들러스호프는 이 변화에 맞춰 기업이 단계별로 옮겨갈 수 있는 맞춤형 전용 센터를 제공한다. 창업 기업들은 지방정부나 유럽연합(EU) 등의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최대 8년간 보호된 환경에서 성장한 뒤 시장으로 나간다.

물리적 환경과 지배구조는 전략으로 구체화됐다. 노이만 박사는 이곳의 성공 요인을 "명확한 대상 설정과 집중"이라고 설명했다. 단순히 많은 기업과 연구소를 모으는 데 그치지 않고 이 지역이 강점을 가진 분야를 골라냈다는 것이다. 아들러스호프가 내세우는 핵심 분야는 광학·광기술(포토닉스), 마이크로시스템, 신소재, 재생에너지 등이다. 연구와 산업이 만날 가능성이 큰 분야를 중심으로 센터를 짓고, 관련 기업과 연구자를 끌어들였다.

앞으로의 도전 과제를 묻자 노이만 박사는 기후위기 같은 복합 위기의 해법을 찾는 연구를 꼽았다. 그는 "에너지, 기후, 건강 문제는 물리학이나 화학 한 분야만으로 답을 찾을 수 없다"며 "서로 다른 접근 방식을 하나로 묶어내는 구조적·조직적 노력이 가장 큰 도전"이라고 했다.

CSMB 연구동 내 태양광 패널을 연구하는 한 실험실/사진=권다희 기자
CSMB 연구동 내 태양광 패널을 연구하는 한 실험실/사진=권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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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다희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권다희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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