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들은 무슨 책을?"…40여년간 도서실 지킨 사무관

세종=정현수 기자
2017.10.27 06:01

[인터뷰]허경자 기재부 도서실장…1979년 입사 이후 '한우물'

허경자 기획재정부 도서관장 /사진=머니투데이

정부세종청사 기획재정부 348호. 5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기재부 도서실이다. 역대 기재부 장관과 차관 등 기재부 관료들의 손때가 묻은 5만여권의 책들의 거처다.

재무부가 재정경제원, 재정경제부, 기재부로 간판을 바꿔 달았지만 기재부 도서실은 늘 한결같이 관료들의 옆에 있었다. 그리고 변함 없었던 건 또 있다. 1979년부터 38년간 기재부 도서실에서 관리하고 있는 허경자 도서실장(사무관·59)이다.

기재부 도서실에서 만난 허 사무관은 김동연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의 책 이야기부터 꺼냈다. 김 부총리는 지난 5월 ‘있는 자리 흩트리기’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최근 기재부 도서실 대출목록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

공교롭게 문재인 정부 경제팀에는 김 부총리처럼 ‘저자’가 많다. 경제팀에 들어가 있지 않지만, 많은 영향력을 주고 있는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저서 ‘경제철학의 전환’이 대출순위 2위에 올랐다.

허 사무관은 대출도서를 보면 흐름의 변화가 읽힌다고 한다. 허 사무관은 “예전에는 정책자료 위주로 대출이 많이 이뤄졌는데, 최근에는 인문학 등 다양한 방면의 책들이 대출되고 있다”고 말했다.

기재부 도서실의 또 다른 이야깃거리는 ‘사람’이다. 기재부에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경제관료들이 몰려 있다. 그들은 늘 책을 가까이 한다. 도서실 애용자도 그만큼 많다.

허 사무관이 1979년 처음 입사할 때 담당 과장이었던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정영의 전 재무부 장관, 강만수 전 기재부 장관, 신제윤 전 금융위원장 등이 도서실과 책에 애착을 가졌던 인물들이다.

그 중에서도 박재완 전 기재부 장관은 유독 많은 관심을 보였다. 장관 재직 시절 이례적으로 직접 도서실을 찾기도 했다. 박 전 장관은 퇴임할 때 사비를 털어 100여권의 신간을 도서실에 기증했다.

현직 간부 중에는 정무경 기획조정실장이 도서실을 가장 많이 방문해 책을 빌린다고 한다. 허 사무관은 “하루에 30여명이 꾸준히 도서실을 방문한다”며 “하루 평균 60~70여권이 대출되는데, 많을 땐 100권 정도가 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허 사무관은 내년 12월이면 정년이다. 지금으로 치면 10급 정도 되는 고용직으로 재무부에 입사했는데 한우물을 판 노력은 2012년 5급 사무관 승진으로 빛을 봤다. 고용직에서 사무관으로 승진한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허 사무관은 “업무의 특성상 많은 사람들을 접하게 되는데, 적성에도 맞아 오랜 기간 근무할 수 있었다”며 “기재부의 훌륭한 분들과 같이 근무한 걸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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