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에서 뱃길로 228km, 4시간이 넘게 걸리는 서해 최북단 백령도. 그곳의 상징인 점박이물범을 찾아 나선 지난 25일의 기상여건은 유독 좋지 않았다.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비까지 내려 배가 뜰 수 있을지 걱정해야 할 정도였다.
어렵사리 도착한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을 찾아 나섰다. 점박이물범을 보기 위해 집결한 곳은 백령도 고봉포항이다. 바닷물이 고봉처럼 높고 많다고 해서 고봉포항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고봉포항에서 비바람을 뚫고 배로 또 15분을 달렸다. 거친 파도 속에서 점박이물범의 서식지가 보였다. 하지만 점박이물범은 쉽게 모습을 허락하지 않았다. 비바람이 부는 데다 낯선 이들이 그들의 서식지를 침범했으니 무리도 아니다.
그 때 누군가 외쳤다. "어 저기". 바다 위로 어렴풋이 점박이물범의 모습이 보였다. 머리만 빼꼼히 드러냈지만 분명 낯익은 모습이다. 천연기념물 제331호, 국제적인 멸종위기종인 점박이물범과 만난 순간이다.
겨울을 중국에서 보낸 점박이물범은 봄이 되면 남하한다. 백령도는 점박이물범이 한국에서 가장 많이 서식하는 곳이다. 그러나 개체수가 계속 줄고 있다. 2017년에 백령도에서 발견된 점박이물범은 15년 전의 절반 수준인 190마리에 그쳤다.
그나마 백령도의 서식환경은 나빠졌다. 점박이물범은 주기적으로 물 밖에 나와 일광욕과 휴식을 즐긴다. 백령도에서 점박이물범이 쉴 수 있는 곳은 바다 한 가운데 있는 물범바위가 거의 유일하다.
면적이 좁은 물범바위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상처를 입는 물범바위도 나왔다. 대안이 필요했다. 현지 학생들과 일부 주민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물범바위 역할을 할 인공쉼터를 만들자".
해양수산부는 예산을 확보해 바로 실행에 나섰다. 지난해 말 인공쉼터가 완성됐다. 해안선에서 310m 떨어진 해상에 길이 20m, 폭 17.5m의 새 쉼터가 생겼다. 정부 예산만 18억원이 들어갔다.
점박이물범이 올해 봄 백령도를 찾으면서 해수부와 해양환경공단은 인공쉼터에서 눈길을 거두지 못했다. 과연 점박이물범이 '새 집'에 입주할 것인지가 관건이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아직까진 '미분양'이다.
직접 눈으로 본 인공쉼터는 백령도를 찾은 가마우지가 점령했다. 인공쉼터 근처에서도 점박이물범이 간혹 보였지만 아직 인공쉼터를 휴식처로 사용하는 점박이물범은 드물다고 한다. 하지만 시간 문제라는 게 해수부의 설명이다.
명노헌 해수부 해양생태과장은 "점박이물범은 유독 조심성이 많다"며 "자리 경쟁이 치열한 물범바위에서 도태된 점박이물범이 인공쉼터로 넘어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데, 자리를 잡는데 2~3년의 시간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