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 소재 대기업 회계부서 직원인 이모씨는 6살 딸을 3주 전부터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으면서 재택근무를 하고 있다. 어린이집이 휴원 기간 동안 제공하는 긴급보육은 하루만 이용했다. 반 친구 10명 중 1~2명만 등원한 어린이집에 딸을 보내는 게 못내 미안했고 혹시 모를 코로나19(COVID-19) 감염도 걱정됐다.
회사에서 재택근무를 배려해줬으나 업무와 양육을 동시에 하는 건 쉽지 않았다. 종종 집에 들른 이 씨 어머니가 아이를 돌봐줄 때 집 앞 카페에서 일을 한꺼번에 했다. 그는 "자녀 2명인 회사 동료는 1년 휴직을 계획 중"이라며 "어린이집 휴원이 계속된다면 아내나 내가 육아휴직을 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린이집, 초·중·고 3차 개학 연기로 영유아, 초등학생 자녀를 둔 맞벌이 학부모의 돌봄 부담이 쌓이고 있다. 맞벌이 부부는 조부모 찬스, 연차, 재택근무, 가족돌봄휴가 등을 활용해 사정에 맞게 자녀 양육을 하고 있다. 하지만 개학이 한 달 넘게 늦춰지면서 업무 차질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할 때까지 육아휴직을 쓰는 게 차라리 낫겠다는 직장인까지 나오고 있다.
17일 정부가 코로나19 감염 예방 차원에서 유치원 및 초·중·고 개학과 어린이집 개원을 4월 6일로 미루면서 학교와 어린이집은 한 달 넘게 문을 닫게 된다.
개학 연기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해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맞벌이 부부 입장에선 회사 업무와 자녀 양육 모두 잘하기 어려운 '일·가정 딜레마' 역시 현실이다. 집에 있자니 동료 직원과 회사 눈치를 보게 되고, 직장에 있자니 아이가 눈에 밟히는 처지다.
정부는 직장인의 '잠시 멈춤'을 뒷받침하는 대책을 내놓고 있다. 가족돌봄휴가 지원이 대표적이다. 고용노동부는 최대 10일의 무급 가족돌봄휴가를 쓰면 하루 5만원을 지급하기로 했다. 최대 지원 기간은 5일이다. 맞벌이 부부가 가족돌봄휴가를 각각 5일 넘게 사용한다면 50만원까지 받는다.
가족돌봄휴가 비용 접수가 시작된 전날에만 2797건의 신청이 몰렸다. 가족돌봄휴가 지원은 어린이집, 유치원 및 초·중·고가 문을 열 때까지 적용된다. 정부는 영유아,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부모에게 상품권 40만원을 지급하는 소득보전 대책도 추진 중이다. 아이를 돌보기 어려운 학부모를 위해 어린이집, 초등학교는 긴급 돌봄을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용률은 저조하다.
문제는 어린이집과 학교의 휴원·휴업이 장기화할 경우다. 코로나19 지역 감염이 더 번지면 추가 휴원·휴업은 불가피해진다. 학부모가 자녀 양육을 위해 연차, 가족돌봄휴가를 모두 사용해도 모자라는 상황을 배제하기 어렵다. 세종시에서 두 아이를 키우는 김모 씨는 "코로나19가 빨리 잠잠해져 양육과 회사 일 사이에서 고민하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