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5일 고용유지지원금을 대폭 확대한 가장 이유는 1998년 외환위기 때처럼 실업자가 속출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사업주의 인건비 부담을 최소한으로 낮춰야 직원 감축을 최대한으로 줄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정부가 이날 '코로나19(COVID-19) 위기관리대책회의'에서 발표한 고용유지지원금 인상 대책은 모든 중소기업에 인건비의 90%를 지급하는 게 골자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비율을 90%까지 끌어올린 건 다른 위기 때도 하지 않았던 사상 최초의 정책이다. 지원 기간은 4~6월로 3개월이다. 3개월 정도만 잘 버텨보자는 취지다.
정부가 내놓은 특단의 대책에선 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실업대란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을 엿볼 수 있다. 실업 도미노는 영세사업장부터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23일 기준 고용유지지원금 신청 사업장 1만8661개 가운데 10인 미만 사업장은 1만4331개에 달한다. 영세업체가 그만큼 코로나19로 어려움을 많이 겪고 있다는 의미다.
코로나19가 일자리에 얼마나 타격을 줬을지는 다음 달 나올 3월 고용동향, 3월 구직급여 신청자 통계를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하지만 고용위기 징조는 나타나고 있다. 구직급여를 신청하는 고용노동센터는 코로나19로 일터를 잃은 실업자들로 북적이고 있다. 자영업자는 아르바이트생을 내보내고 긴급 대출 창구로 몰리고 있다. 비행기가 멈춘 항공업 등은 휴직이 이어질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으로 번질 수 있다.
고용유지지원금 최대 지원 비율을 90%로 올린 것도 일자리 악화를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기존 사업주는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노동자에 지급한 휴업수당 중 25%를 부담해야 했다.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은 25% 자부담이 어렵다고 고용노동부에 전달했다. 자부담을 낮춰주지 않으면 해고가 불가피하다는 뜻이었다. 결국 지원 비율 상향 조정에 따라 자부담율은 10%로 떨어졌다.
실업대란 우려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기도 하다. 국제노동기구(ILO)는 코로나19 여파로 전 세계 실업자가 2470만명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금융위기(2200만명) 때보다 심각한 수준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올해 2분기 미국 일자리가 350만개 사라지고 실업률은 두 배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기업이 고용을 유지하면 정부가 확실히 지원하겠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고용유지지원금 지원 확대로 사업주는 인건비 부담을 덜고 노동자는 고용 안정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고용유지지원금 사각지대에 대한 지원은 여전히 과제로 남는다. 고용유지지원금은 고용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설계된 제도라 고용보험 미가입자는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고용부는 고용보험 미가입자를 전체 취업자 2700만명 가운데 45%인 1200만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음식점업·도소매업 등 자영업자(547만명), 배달 라이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50만6000명·이하 특고) 등이 대표적이다.
고용부는 추가경정예산에 담긴 코로나19 지역고용대응 등 특별지원 사업을 통해 특고, 영세사업장 노동자, 일용직 등을 지원하겠다고 했다. 고용부는 실제 사업을 짜는 지자체에 방향성만 제시한 상태라 얼마나 지원 효과가 날 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