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김부겸 국무총리가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에 대해 설명하면서 "고소득자들에겐 돈 대신 자부심을 드린다"고 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사람들에겐 눈에 보이지 않는 자부심보다는 정작 살림살이에 보탬이 될 돈이 더 중요한 경우가 많다.
해양수산부가 지난해 도입한 '반려해변제도'의 핵심도 자부심이다. 반려해변은 기업이나 단체, 학교가 전국의 해변 하나씩을 맡아 자율적으로 청소하고 관리하는 제도다. 참여하는 기업이나 단체에는 담당 해변에 입간판을 세워주고 언론에 홍보하는 게 사실상 인센티브의 전부다. 이를 제외하면 '해양생태계를 깨끗하게 지킨다는 자부심'만 남는다.
근로자들은 자부심만으로 활동에 참여할 수도 있다. 답답한 사무실과 공장을 벗어나 바다를 바라보며 쓰레기를 줍고 마음까지 깨끗하게 만드는 기분은 그 무엇보다 상쾌하다. 근무시간에 일상적인 업무 대신 환경정화 활동에 나서는 기분도 남다를 수 있다.
그런데 경영자의 입장은 다르다. 좋은 취지에서 참여하는 프로그램이지만, 생산성에는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최근 산업계의 화두가 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일환이라고는 하지만 아무런 물질적 대가 없는 봉사활동이라면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다. 전국의 해수욕장이 275곳이고 해수욕장 아닌 해변은 더 많은데,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반려해변으로 지정된 곳은 13군데에 불과한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기업인들에게 자부심보다 더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준다면 어떨까. 환경에 기여하는 만큼 환경개선부담금을 줄여주는 게 방법이 될 수 있다. 다른 ESG 활동에 대한 보상처럼 공공조달 분야에서 가산점을 주거나 세무조사를 일정기간 유예해 부담을 줄여줄 수도 있을 것이다.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내는 데 자부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아무리 ESG가 대세라도 기업은 기본적으로 이윤을 추구하는 곳이다. 기업들에게 주는 인센티브를 단순히 비용이라고만 여겨선 안된다. 해양쓰레기 처리의 절대 원칙은 '가라앉기 전에 건져내는 것'이다. 바다로 가라앉는 순간 처리 비용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기업들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내 보다 효율적으로 해변을 관리하기 위한 금전적 인센티브를 검토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