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벌 넘어 학습·예방"…재해 조사보고서 공개, 산재 예방 전환점 될까

"처벌 넘어 학습·예방"…재해 조사보고서 공개, 산재 예방 전환점 될까

세종=강영훈 기자
2026.06.02 07:57
(서울=뉴스1)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2026년 폭염 대비 20대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서울=뉴스1) =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29일 오후 서울 중구 직업능력심사평가원에서 열린 2026년 폭염 대비 20대 건설사 CEO 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2026.5.29/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정부가 지난 1일부터 중대재해 조사보고서를 공개하고 이를 기업들의 '산재 예방 지침서'로 활용하도록 지원한다. 재해 원인을 데이터화해 자율적인 안전관리 역량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다만 일선 현장에서는 보고서가 효과를 거두려면 단순한 사고 현황 공개를 넘어 영세 현장의 현실과 다단계 하도급 등 구조적 문제까지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는 제언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날부터 안전보건공단 포털을 통해 확정 판결이 난 중대재해 사건의 재해조사보고서를 순차적으로 공개한다. 타 기업이 유사 사고를 예방하는 공공의 데이터로 삼겠다는 목표다.

노동계와 산업계는 정책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세밀한 보완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안전·보건 분야 노동계 관계자는 "사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해 경각심을 주는 것은 예방을 위한 의미 있는 첫걸음"이라면서도 "보고서에 '법 규정을 위반했다'는 식의 결과론적 이야기만 적을 것이 아니라, '왜 현장에서 그 법을 지킬 수 없었는지' 적나라한 진짜 이유를 써놓지 않는다면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실제 현장에서는 보고서가 진정한 지침서가 되려면 영세 사업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고 위험이 높은 소규모 사업장은 포털에 접속해 보고서를 분석할 전담 인력조차 부족한 실정이다. 자체 시스템을 갖춘 대기업들만 데이터를 활용하게 돼 현장의 '안전 양극화'가 드러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아울러 현장 작업자들에게 실질적인 참고자료로 와닿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 현장 관계자는 "보고서가 공개되더라도 대다수가 고령층인 현장 작업자들이 인터넷으로 찾아볼 여력도 없고, 누군가 읽어줘도 당일 저녁이면 잊어버리는 것이 현실"이라고 평가했다.

보고서의 대안이 영세 현장의 현실과 다소 동떨어져 있다는 지적도 있다. 앞서 공개한 51건의 재해조사보고서 중 2024년 8월 전북 부안의 한 축사 지붕 교체 공사 중 발생한 추락 사망 사건은 공사금액이 약 3100만원 규모에 사업주를 포함한 4명이 작업에 투입됐다. 사망한 재해자는 인도 국적의 일용직 노동자(G-1 비자)였고 해당 업체는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에야 근로복지공단에 산재보험 가입을 신청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보고서는 채광창 안전 덮개나 추락 방호망 미설치, 안전모 미착용 등 원인을 지적하며 4명이 일하는 농촌 축사 지붕 하부에 대형 수평 방호망과 30cm 이상의 작업 발판을 설치하라는 법 조항을 대책으로 제시했다. 현장에서 안전 조치를 하지 않은 구체적 이유나 안전 수칙을 쉽게 무시하는 구조적 문제는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았다.

노동부는 기존 보고서 형식을 유지하며 제도를 안착시키겠다는 입장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경영상 비밀이나 국가 기밀에 해당되는 것들만 빠지고 나머지가 공개되는 것"이라며 "기업 규모나 업종 등 보고서 항목이 기존과 비교해 바뀌거나 산안법 개정으로 추가되는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전문가와 현장 관계자들은 제도 안착을 위해 보고서 공개와 함께 근본적인 구조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한 건설업체 관계자는 "하청에 하청을 거듭하는 구조 속에서 실제 공사를 맡은 업체는 이윤을 남기기 위해 결국 가장 먼저 안전·품질 관리비를 깎게 된다. 이것이 거의 모든 사고의 원인"이라며 "실질적인 비용 문제가 얽혀있는 하도급 관행을 개선하는 것이 예방에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용자 처벌과 규제 중심의 정책을 넘어 근로자 스스로의 안전 의식 개선이 동반돼야 한다는 자성도 나온다.

한 현장 관리자는 "요즘은 소규모 현장들도 안전 수칙을 지키려 노력하지만 정작 반장이 안전모를 쓰라고 지시해도 이를 무시하는 작업자들의 만용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며 "사용자 의무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한 만큼 근로자의 책임과 의식도 객관적으로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롭게 공개되는 보고서가 현실적인 예방 사례로 쓰이려면 영세 업체도 쉽게 수용 가능한 대안이 제시돼야한다는 지적이다. 하청업체의 표면적 과실에 머물기보다 원청·발주처와 근로자까지 구조적 문제까지 낱낱이 담아내고 현장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반영해야 제도의 안착을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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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훈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강영훈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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