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영우가 사랑한 고래, 바다를 사랑한 코끼리

이상배 경제부장
2022.08.24 0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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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권현진 기자 = 배우 박은빈이 15일 오후 서울 강남구 한 식당에서 열린 ENA채널 수목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종방연에 참석하고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천재적인 두뇌와 자폐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입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작품이다. 2022.7.15./뉴스1

#1. "만약 내가 고래였다면 엄마도 날 안 버렸을까."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에서 시청자들의 심금을 울린 대사 가운데 하나다. 극중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진 우영우 변호사가 사랑하는 고래는 모성애가 지극하기로 유명하다. 제주 앞바다에선 죽은 새끼를 머리에 이고 물 위로 들어올리려 애쓰는 돌고래가 포착돼 안타까움을 자아내기도 했다.

포유류인 고래는 하마, 돼지, 양, 낙타, 기린 등과 유전학적으로 유사하다. 특히 하마와 유전적으로 가장 가깝다고 한다. 과거 이들의 공통조상인 육상동물 가운데 일부가 바다로 들어가 오늘날 고래가 됐다는 게 학계의 통설이다.

먼 옛날 육지에서 넘어온 고래지만, 또 다른 대형 육상동물이 바다로 들어와 경쟁자가 된다면 고래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2. "고래는 코끼리가 양서류가 되는 걸 용납할 수 없었다."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활약했던 '크림전쟁'의 배경을 한 문장으로 설명하는 문구다. 당시 해양 패권을 쥔 영국이 대륙의 강자 러시아가 바다로 진출하는 걸 두고 볼 수 없었다는 얘기다.

크림전쟁은 1853년 러시아가 오스만제국의 속국이었던 다뉴브공국을 침공하면서 시작됐다. 정교회 신자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사실은 발칸반도를 통해 지중해로 나길 길을 확보하려는 게 러시아의 속내였다. 이후 영국과 프랑스가 오스만제국을 돕기 위해 참전하면서 러시아가 열세에 몰렸고, 주요 전선이 동쪽의 크림반도로 옮겨가면서 오늘날 크림전쟁으로 불리게 됐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의 격전지이기도 한 크림반도는 러시아에게 보물과도 같은 존재다. 현재 러시아가 군사적으로 1년 내내 자유롭게 쓸 수 있는 대규모 '부동항'은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이 사실상 유일하다. 블라디보스토크도 한 겨울엔 앞바다가 얼고, 부동항이라 불리는 칼리닌그라드는 발틱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 독립으로 러시아 본토와 육로 연결이 끊겼다.

19세기에도 러시아는 따뜻한 부동항을 찾아 끊임없이 남하를 시도했고, 영국은 이를 막으려 애썼다. 당시 크림반도를 비롯해 중앙아시아, 중동 등지에서 벌어진 양국의 다툼을 '그레이트 게임'이라고 한다. 1885년 영국이 우리나라 남해의 거문도를 무단 점령한 것도 그 일환이었다.

#3. "인류의 역사는 시파워(해양세력)와 랜드파워(대륙세력) 간의 투쟁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라고 부추긴 러시아의 극우 학자 알렉산드르 두긴의 주장이다. 만약 대륙세력을 대표하는 두 거인, 중국과 러시아가 손을 잡고 미국 등 해양세력에 맞선다면? 미국의 이런 악몽이 현실이 되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러시아의 천연가스 수출길이 막히자 중국은 러시아의 가스를 대신 받아주며 본격적인 밀월에 나섰다. 다음달엔 두 나라가 정상회담도 연다고 한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군이 '미국의 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 대만에 상륙한다면 어떻게 될까? 로버트 오브라이언 전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2024년 11월 미 대선 전까지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중 군사 갈등이 고조될 경우 한국이 설 자리는 더욱 줄어든다. 아슬아슬한 줄타기가 언제까지나 통할 리 없다. 중국은 절대 우리가 포기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지만, 우리가 모든 걸 걸어야 할 시장도 아니다. 한중수교 30주년 만에 대중국 무역수지는 적자로 돌아섰다. 이미 우린 중국을 상대로 돈을 벌기 보단 잃고 있다.

최근 수출에서 중국의 비중이 줄어든 대신 미국과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 건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제적으로 중국에 목을 매는 상황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굴욕적인 '제2의 사드 사태'를 피하기 어렵다. 감내할 수 있는 속도로 대중국 무역 의존도를 조금씩 낮춰가는 게 파국을 피할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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