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 산하 한국중부발전이 LNG(액화천연가스) 직도입으로 4300억원의 비용을 절감했다. 특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지난해만 단기(스팟) 계약 물량을 직접 사들여 2000억원 가량 아꼈다.
9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중부발전은 지난 2015년 LNG 직도입 이후 2021년까지 2301억원의 연료비 절감효과를 기록했다. 2022년에는 누적 절감 효과를 넘어서는 2000억원 이상의 비용을 아낄 것으로 예측된다.
중부발전의 성과는 한국가스공사로부터 LNG를 공급받는 일변도에서 해외 현지 법인의 정보 취득과 발전사가 보유한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LNG 공급사와 직접 계약을 통해 연료비 구매 가격을 떨어뜨릴 수 있어 가능했다.
통상 가스공사는 원활한 가스 공급과 가격 안정화를 위해 보통 장기 계약 방식으로 거래한다. 중부발전은 가스 현물 가격이 상승하는 동절기에는 가스공사 등으로부터의 장기 계약 물량을 공급받고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4월~7월에는 직접 스팟 계약으로 현물을 구매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했다.
물량 확보 다변화와 가격 경쟁력 제고는 중부발전의 경영 실적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 LNG 직도입을 시작한 2015년, 가스공사로부터 공급받았을 경우 대비 연료비 절감효과가 110억원에서 2017년 451억원, 2021년 732억원까지 증가했다. 이로써 중부발전은 2021년 발전 5사 중 720억원이라는 최대 규모의 흑자를 달성했다.
다만 직도입이 곧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워낙 변동성이 강한 국제 에너지 시장 상황에 따라 잘못된 예측으로 손해가 발생하기도 하다. 중부발전은 2019년 직도입에 따른 손해가 140억원이었다. 가스공사로부터의 안정적 공급이 효과적일 수 있다는 뜻이다.
결국 직도입 결정에 따른 이익과 손실의 결과는 발전사가 책임져야 한다. 공기업 성격의 발전사인만큼 결과에 대한 책임의 무게는 민간발전사보다 더 크다.
전력업계 관계자는 "사적 이익을 추구하는 민간발전사의 손해는 해당 기업이 감수하는 것이지만 한전 산하 발전사의 손해는 결국 국민 세금과 직결된다"며 "전체 필요 물량 중 직도입 물량을 어느정도로 할 지에 대한 정교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부발전의 성과로 한전의 남은 4개 발전사도 모두 LNG 직도입과 LNG 터미널 건설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중부발전은 지난해 4월 보령화력 부지내 20만㎘(킬로리터)급 2기의 저장탱크를 포함한 LNG터미널 건설 관련 KDI(한국개발연구원)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했다.
한국남부발전은 지난해 하동발전본부에 건설할 LNG 저장탱크 2기에 대한 예타를 통과했다. 한국서부발전의 경우 올해 7월 준공 예정인 김포 열병합 발전소에 LNG를 직도입한다. 한국동서발전은 울산 신규복합발전소 준공 전 LNG 터미널 인프라 확보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지난 12월에는 민간기업의 LNG 탱크 임차 계약을 통해 2026년 하반기 직도입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한국남동발전도 LNG 직도입과 암모니아 혼소 발전을 위한 저장고 도입을 계획중이다.
5개 발전사가 LNG 터미널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는 안정적인 물량 확보 뿐만 아니라 미래 먹거리로 불리는 수소 생산과 직결된다. 중부발전과 SK E&S는 보령 LNG 터미널 부지내에 LNG 냉열을 이용해 청정수소 생산과 액화 공정에 활용하는 실증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연간 25만톤의 수소를 생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밖에도 LNG 터미널 사업은 부대 시설 임대 등의 부가가치도 창출할 수 있다.
한 전력 산업 전문가는 "한전 산하 5개 발전사들의 이같은 움직임은 연료비 절감을 통한 경영 실적 개선과 전력 생산 단가를 떨어트려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 하거나 인하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안정적으로 국내에 LNG를 대량 공급하는 가스공사가 세계시장에서 Buying Power(구매력)가 약화되는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종합적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