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료 공백 어디서부터 손봐야하나[기자수첩]

이창명 기자
2024.04.02 05:50
(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 1일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과 대기중인 환자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의대 개혁' 관련 대국민 담화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이날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하는 의료계를 향해 “더 타당하고 합리적인 방안을 가져온다면 얼마든지 논의할 수 있다”고 했다.2024.4.1/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성진 기자

충북 보은군에서 생후 33개월 아이가 도랑에 빠져 심정지 상태로 구조됐지만 9개 상급종합병원에서 이송을 거부 당해 결국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를 돌고 돌다 결국엔 참사로 이어지는 소식을 벌써 몇 번째 듣는지 모른다.

이같은 '응급실 뺑뺑이'는 소아응급상황일 경우 더 심각해진다고 하니 아이가 있는 부모 입장에선 혹시 지방에서 비슷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경험했다고 생각하면 아찔하다. 정부는 지방의 의료공백을 메우기 위해 5년간 연 2000명의 의사를 증원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의사들은 의사 수 부족이 아니라 응급의료전달 체계에 문제가 있고, 응급상황이 아닌 경증환자들도 응급실부터 찾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고 맞서고 있다.

사실 정부와 의사 양측의 얘기를 들어보면 모두 일리가 있다. 그런 만큼 대화로 충분히 풀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이날까지 양측이 한 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걱정이다.

하지만 이번 의료개혁의 본질을 따져가기 시작하면 결국 지방소멸 문제로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저출산 고령화가 심각해진 지방에선 이미 초·중·고 및 대학교를 불문하고 문을 닫기 시작한 지 오래다. 남아있는 청년층도 모두 대도시나 수도권을 찾아 떠났다.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지방의 수요 자체가 적은 점을 감안하면 의사들이 대도시나 수도권에 몰리는게 자연스러워 보인다.

의사들도 비슷한 고민을 한다고 들었다. 지금 당장 지방에서 넉넉한 보수를 받고 환자를 돌본다고 해도 결국 시간이 지나면 결혼을 해야 하고, 배우자가 생기면 남들과 똑같이 육아문제나 자녀교육 문제에 대해 고민하는 시점이 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는 결국 어디서 자리를 잡고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로 이어지기 마련이란 설명이다.

올해 한 지역 보건소에서 연봉 3억원을 걸고 공개채용에 나섰는데 단 1명도 지원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아무리 계산해봐도 지방에서 근무할 이유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지방을 기피하는 이유를 분명하게 인정하고 협상 테이블에 앉지 않고선 앞으로도 의료개혁은 요원한 셈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