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소비 폭증..."전기요금 올리면 전력대란 막을 수 있다"

정진우 기자
2024.09.01 13:03

[MT리포트]최악 폭염에 또 블랙아웃 공포③전기요금 정상화 필요

[편집자주] 전기가 더 필요하다. 냉난방에, 자동차에, 공장에 필요한 전력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전기요금이 저렴한 탓에 너도나도 펑펑 쓴다. 연일 역대 최대 전력수요를 경신하지만 전기가 끊길 것이란 두려움은 없다. 가용 자원과 인력을 최대치로 활용하고 있어서지만 어디하나 삐긋하면 정전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 송배전망 확충과 전기요금 현실화를 통해 미래 자원에 대한 투자와 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지난 28일 한 방송에 출연해 하반기 중 전기요금 인상 가능성을 시사했다. 안 장관은 "민생 상황이나 국내 물가 상황을 봤을 때 전력수요가 폭증하는 하절기에는 전기요금 정상화를 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며 관련부처와 협의해 적절한 시점에 전력 요금 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가스요금 추가 인상에 대해서도 면밀한 검토를 통해 현실화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사진은 29일 서울 종로구 거리의 전력량계. 2024.7.29/뉴스1 Copyright © 뉴스1 /사진=(서울=뉴스1) 이승배 기자

"전기요금만 정상화돼도 전력대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

최근 사석에서 만난 정부 고위 관계자는 현재 전력대란 위기의 한 요인으로 값싼 전기를 꼽았다. 한국전력공사(한전)이 저렴한 전기요금 탓에 재무구조가 엉망이 됐고 이는 곧 적기에 전력망 확충을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1일 한전에 따르면 반도체와 배터리 등 미래 첨단산업 확장을 위해 전력망 확충(송변전 설비 30~60% 증설)에 전력설비 투자를 2배 이상 늘려야한다는 전망이 나온다.

실제 '제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2022∼2036년)에선 송변전 설비투자 규모가 9차 전기본(2020∼2034년) 대비 1.9배(29조3000억원 → 56조5000억원) 증가했다. 올해부터 2038년까지 반영될 제11차 전기본에서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또 한전이 현재 43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적자 상태인데 앞으로도 저렴한 전기요금으로 재무상황이 계속 악화된다면 전력 기자재와 건설공사 발주 감소, 공사대금 지급 지연, 장기적 설비투자 최소화 등으로 협력회사들의 어려움이 커질 수 있다.

지난해 기준 한전의 협력회사는 4943개이고 계약금액은 6조5000억원이다. 한전이 수십조 적자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면 전력산업을 지탱하고 있는 협력업체들의 생태계 동반부실은 물론 결국 국가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아울러 재무상황이 악화된 한전이 대규모 채권 발행을 계속 한다면 중소·중견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더욱 어려워져 경영난에 빠질 수밖에 없다. 국내 채권시장에서 2020년 기준 0.4% 수준이던 한전채 비중이 지난해 3배이상 커진 1.4%를 기록했다. 과도한 한전채 발행은 국내 채권 수요를 잠식하고 회사채 시장금리 상승을 유발해 한계기업, 중소·중견 기업 등의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다.

한국경제학회가 지난 6월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자료를 보면 한전채 1% 발행 증가시 우량채 거래는 0.2% 감소한다. 한전의 대규모 적자는 산업은행의 BIS(자기자본비율)을 급감시키고 이로 인해 기업에 대한 대출도 위축시킨다. 한전의 1조원 손실시 산은 BIS는 0.07%포인트 하락해 산은의 기업 대출 여력은 약 1.8조원 줄어든다.

이외에도 저렴한 전기요금은 비효율적 에너지소비와 탄소중립 목표 차질, 물가와 환율 등 실물경제 악화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나 "폭염 뒤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전력업계 안팎에선 한전의 총부채가 올 상반기 기준 203조원에 달하고 매년 이자로만 4조원씩 나가고 있기 때문에 자본잠식을 피하려면 향후 3년간 매년 kWh당 30원의 요금을 인상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전기요금이 1원 오르면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은 약 5500억원이 추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기요금(가정용 기준)은 kWh당 149.8원으로 호주(311.8원), 일본(318.3원), 이탈리아 (335.4원), 영국(504.3원) 등의 3분1 수준이다.

한전 관계자는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다해 구입전력비 절감과 자구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한전의 노력만으로는 대규모 누적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며 "최후의 수단으로 최소한의 전기요금 정상화는 반드시 필요하다 "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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