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보다 해외에서 보는 충격이 더 큰 것 같다. 일일이 대답하기 어려울 정도로 전화와 이메일이 많이 온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5일 기자실을 찾아와 최근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해외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사전 정보가 없는 외국에서는 이번 계엄 사태가 더 혼란스럽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계엄은 6시간 만에 해제됐지만 시장에 전해진 충격은 수습이 어렵다. 요 며칠 한은 총재가 블룸버그TV와 FT(파이낸셜 타임스) 등 외신들과 연이어 인터뷰에 나선 것도 국가 신인도 문제를 의식해서다. 선제적인 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한국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에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리고 불안 심리를 낮추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기자실을 찾아와 예정에 없던 백브리핑 형식의 질의응답 시간도 가졌다.
정부와 한은은 탄핵 정국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선 긋는다. 우리나라 펀더멘털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며, 해외 투자자들의 우려를 덜어내기 위해 총력을 다한다. 하지만 그야말로 풍전등화다. 한은에서 오전·오후 두 번씩 상황점검 TF(태스크포스) 회의를 여는 것도 엄중한 경제 상황을 방증한다.
특히 외환시장은 뜬금없는 계엄 사태에 직격탄을 맞았다. 계엄군이 국회를 봉쇄할 때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는 실시간으로 급락했다. 계엄 선포 직후 2시간 동안 원/달러 환율은 1410원부터 1440원선까지 연이어 돌파했다. 정치적 불안감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 새로운 정보 하나하나에 환율은 민감하게 반응한다. 국회 의결도, 대국민 담화도 환율을 제자리로 돌려놓긴 역부족이다.
안 그래도 어려운 경제가 정치 변수에도 휘둘린다. 수출은 불확실성에 휩싸여있고 내수 회복도 아직이다. 경제 문제가 켜켜이 쌓인 상황에서 정치 문제까지 발목을 잡으면서 경기 하방 압력은 더 강해진다. 1% 후반대로 예상되는 내년 성장률이 1% 중반대로 내려갈 거란 우려도 많다.
불안정한 정치 상황이 길어질수록 불확실성은 짙어지고 시장 변동성은 커진다. 탄핵 정국이 경제 위기로 현실화되지 않으려면 더 이상의 '새로운 충격'은 없어야 한다. 엎질러진 물을 조금이라도 담아내기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소통과 시급한 상황 정리가 최우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