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가 쏘아올린 사회연대임금 논란]②

정부가 화두로 던진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은 오래 전부터 이어져 왔던 논쟁 거리였다. 대한민국 헌법에 담긴 경제민주화에서 이익공유의 개념을 찾기도 하고 보수 정부의 총리를 지냈던 정운찬 전 국무총리도 '초과이익공유'를 주장하기도 했다. 스웨덴에서는 1950년대부터 사회연대임금을 도입했다.
핵심은 지속가능한 자본주의를 위해 대기업, 중소기업, 지역사회가 동반성장하는 상생 모델을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노동시장 구조와 글로벌 산업 경쟁력 등을 감안하면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을 적용하기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이 언급한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은 기업이 예상을 뛰어넘는 막대한 이익을 거뒀을 때 이를 사회적으로 어떻게 재분배할지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 직접 노동력을 제공한 노동자뿐 아니라 비정규직과 협력사, 자본적 기여를 한 주주, 지역사회까지도 고려해야 한다는 취지다.
기업의 이익을 여러 주체와 공유해야 한다는 개념은 지속적인 논쟁 거리였다. 기업의 이익이 온전히 기업의 노력만으로 이뤄낸 게 아닌 만큼 기업도 일정 부분 사회적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기업도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고 전기 등 각종 인프라 이용을 위한 공공요금을 납부한다. 하지만 산업 육성을 위한 정부의 각종 지원 정책과 외교적 노력, 기업이 안정적으로 경영할 수 있도록 하는 민주주의 시스템과 사회 치안 등 무형의 가치도 기업의 성과에 함께 고려할 요소다.
이익 공유 근거를 헌법에서 찾는 시각도 있다. 대한민국 헌법 119조에는 '경제민주화' 개념이 명시돼 있다. 국가는 균형있는 국민경제의 성장과 적정한 소득 분배를 유지할 의무가 있고 경제의 민주화를 위해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경제민주화를 위한 정부의 시장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는 이견이 있지만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기 위해선 정부가 어느정도 역할을 해야한다는 의미다.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냈던 정운찬 전 총리도 2011년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으로 재직할 당시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을 주장해 논란이 됐다.
정 전 총리가 주장한 초과이익공유제는 대기업과 중소 협력사의 거래관계에서 발생하는 성과를 합의된 규칙에 따라 나누는 시장 내 공정거래 모델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경영계에서는 사유재산 침해라는 반발이 일었고 이건희 당시 삼성전자 회장은 "사회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공산주의 국가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김 장관의 사회연대임금은 스웨덴식 연대임금정책에서 따온 것으로도 보인다. 1930년대 스웨덴에서는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 간 임금 격차가 문제가 되면서 오히려 대기업 노조에서 먼저 나서서 협력업체의 임금을 높이자는 운동을 전개했다. 그 결과로 나타난 것이 1950년대 도입된 연대임금정책이다.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 하에 대기업 근로자의 임금 상승을 일부 억제하는 대신 중소 협력사의 임금을 높이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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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제시한 한국형 사회연대 임금이 상생을 위한 모델이라 하더라도 기업의 경영상 판단을 정부가 강제할 순 없다는 점에서 사회적 저항감이 상당할 것이란 전망이다. 헌법에 명시된 정부의 의무라 해도 사유재산권과 경영자율성을 침해한다는 논란에서도 자유롭기 어렵다.
사회연대 임금을 한국에 적용하기엔 쉽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김덕호 성균관대 교수는 "스웨덴 등 유럽은 산업별 노동조합(산별 노조)의 토양이 잘 닦여 있다보니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가 연대해 연대임금을 도입하는 것이 가능했다"며 "반면 우리나라는 대기업 위주로 성장해 왔고 중소기업의 노조 조직률도 매우 낮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초과이익의 재분배 논의는 필요하지만 정부가 강제할 일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김 교수는 "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가는 경영계가 선제적으로 고민하고 노조와 시민단체가 논의를 주도해 나가야 한다"며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지만 너무 서두르지 않았으면 한다"고 밝혔다.
황인태 중앙대 명예교수는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거뒀을 때 이를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는 어떤 식으로는 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기업이 스스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