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이후에는 정치 불확실성이 완화되고 내수를 중심으로 성장률이 반등할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달 25일 열린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 내용의 일부다. 우리나라 거시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한은의 한 달 전 평가가 이랬다. 하지만 정치 불확실성은 아직 현재 진행형이다.
12·3 비상계엄 사태가 벌어진 게 벌써 4개월이 다 돼간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지도 석달이 지났다.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심판이 지금처럼 길어질 것이라 예상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민간소비 선행지표로 꼽히는 소비심리는 아직도 냉랭하다. 이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전월 대비 하락 전환했다. 계엄 여파로 100대에서 80대로 급락한 소비심리지수는 올들어 점차 회복하는 듯했지만, 얼마 못 가 다시 주저앉았다.
기업들의 체감경기도 마찬가지다.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지난해 4월부터 11월까지 줄곧 90대를 유지하다 12월 계엄 여파에 80대로 떨어졌는데, 지금까지 4개월째 80대에 머물고 있다.
한은 직원들의 요즘 최대 관심사도 경제가 아닌 탄핵심판 선고일이다. 정치 이야기에 점심시간이 지나가기 일쑤다. 우리나라에서 손꼽히는 경제 전문가들의 머릿속에도 정치적 불확실성이 가득 차 있다. 경제 전망을 하는데도 염두에 둬야 할 변수며 시나리오가 한 두 가지가 아니라고 토로한다. 정치와 경제 프로세스를 분리하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당장 올해 1분기 성장률도 전망이 어둡다. 한은은 올해 3월부터는 부진하던 민간소비가 반등한다는 전제로 1분기 성장률 전망을 0.2%로 제시했다. 민간소비 회복 없이는 0.2% 성장도 쉽지 않다는 얘기다. 분기별로 보면 이미 지난해 2분기부터는 성장이 정체됐다고 봐도 무방하다.
수출 여건이 어려운 상황에선 내수 경기 부양이 시급한 문제다. 그런데도 추가경정예산 등을 포함해 경기부양 정책은 논의조차 미뤄지는 상황이다. 재정정책이 멈춘 상태에서 금리를 내려 소비를 촉진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제는 아직도 계엄의 그림자 속에 머물러 있다. 최근 경제 상황 분석에선 항상 '정치 불확실성'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지금 어떤 정책보다도 시급한 건 이 꼬리표를 떼어 내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