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인 기저전원으로만 여겨졌던 원자력발전소가 발전량을 줄이는 운전을 반복하고 있다. 과거에는 상상조차 못했던 일이 일상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원자력발전소 운영회사인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총 24회의 원전 출력감소 운전이 있었다. 올해는 그 횟수가 전년의 두 배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출력제어는 계절적 영향에 의한 전력수요 감소와 태양광 중심의 재생에너지 발전 증가가 동 시에 발생할 때 필요하다. 특히 봄과 가을철 주말, 낮 시간대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면 전력 공급과잉이 발생하게 된다. 이때 계통의 안정성을 확보하고자 전력거래소는 발전기의 출력을 줄이는 조치를 내리게 된다. 출력제어 조치 권한은 전기사업법에 근거하지만 이에 대한 명확 한 기준이나 보상 규정은 마련돼 있지 않다.
이 같은 제도적 미비 속에서 발전사업자 간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원전은 사실 100% 출력으로 운전할 때 가장 안정적이다. 경제적으로도 가장 유리하다. 반면 재생에너지 사업자들은 '기저발전기 조정'을 주장하며 '발전기 출력차단 처분 무효확인' 소송을 진행 중이다. 원전 측이나 재생에너지측이 손실을 보상받을 수 있는 길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정산조정계수, 재생에너지 인증서 판매, 전력구매계약 등이 활용될 수 있다. 하지만 이 보상이 완벽하지는 않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전은 대부분의 전력을 발전사업자로부터 구매하고 소비자에게 판매한다. 출력제어 보상기준이 없는 상태라면 한전은 재생에너지 발전을 먼저 줄이고 원전을 더 가동하는 쪽이 비용 측면에서 유리하다. 반대가 되면 한전의 전력 구매비용은 상승 하게 되고 그 부담은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돼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원전과 재생에너지 주변지역의 주민도 영향을 받는다. 원전 발전량이 감소되면 주변지역지원금과 사업자지원금 등 지원금도 감소한다. 재생에너지 지역주민 역시 사업자의 이익이 줄어 들게 되므로 이익공유제의 몫이 줄어 불만일 수 있다.
나라마다 출력제어에 대한 보상방식은 서로 다르다. 일본과 중국은 출력제어에 대해 별도로 보상하지 않으며 독일은 출력제어로 인한 손실의 약 95%를 보상한다. 올해부터는 전력 도매가격이 마이너스일 경우 출력제어 손실에 대한 보상을 없애는 것으로 제도가 개편됐다.
출력제어는 앞으로 더 자주, 더 복잡하게 벌어질 것이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8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29%로 확대하기로 정했다. 발전량 기준으로는 지금보다 4배 가까이 늘어난다. 소비자들도 향후 훨씬 더 높은 전기요금을 감당해야 한다. 이에 따라 계통 유연성 확보와 정산구조 개편은 시급한 과제가 됐다. 공정하고 투명한 정산제도가 없다면 전기 소비자는 '왜 더 높은 요금을 감당해야 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다. 출력제어의 기준과 보상 체계를 명확히 정립하는 것이야말로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