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美, 3500억달러 펀드 새로운 대안 제시"…후속 협상 속도내나

세종=김사무엘 기자, 세종=박광범 기자, 김성은 기자, 김주현 기자, 오문영 기자, 조성준 기자
2025.10.13 16:50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25.10.13/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뉴스1

정부가 미국과의 관세 후속협상과 관련해 미국측의 새로운 대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3500억달러 대미 투자펀드의 운용 방식 등 세부 협상안과 관련해 한미 간 이견이 좁혀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3일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외교부, 산업통상부 등 주요부처 국정감사의 주요 쟁점 중 하나는 미국과의 관세 후속협상 진행 상황이었다. 지난 7월30일 큰 틀의 관세협상이 체결된 이후 세부 내용에서 협의가 지연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미국과의 협의에 따라 상호관세와 자동차 품목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췄다. 그 대가로 3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미국의 조선, 반도체, 배터리 등 주요 산업에 투자하기로 했다.

하지만 펀드의 투자방식이나 투자처, 이익배분 방식 등을 놓고 한미 간 의견 차가 상당해 최종 합의가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 펀드 자금 대부분을 직접 투자가 아닌 대출과 융자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투자처도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기업에 강점이 있는 첨단산업 분야에 투자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다.

반면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사업에 직접 투자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익도 90%를 미국이 가져간다는 입장이다. 최종 합의가 지연되면서 자동차 관세는 여전히 25%가 적용되고 있다. 이에 미국 시장 내에서 일본과 유럽 자동차 대비 한국산 자동차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관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이날 국감에서는 현재 협상의 진행 상황과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의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3500억달러를 미국에 직접 투자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칠 경제적 영향이 어떻게 되느냐"는 이춘석 무소속 의원의 질의에 "미국 측에서 지금 새로운 대안을 들고나왔다"며 "지금 (미국의 제안을)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새로운 대안이 어떤 내용인지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다.

조 장관은 이어 "직접투자로 하면 외환 문제도 발생하고 경제에 심각한 영향도 있을 수 있다"며 "미국 측의 문제점들을 다 설명했다"고 말했다.

일본과의 차이에 대해서도 조 장관은 "일본은 5500억달러 (투자)에 서명했다"며 "만약 우리가 초기에 3500억달러 협상에 서명했다면 심각한 경제적 위기가 왔을 것"이라고 답했다. 조 장관은 이달 말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계기로 이뤄질 한미 정상회담을 거론하며 " 그때까지 계속 이 문제를 잘 풀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협상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서 "(우리나라가) 연간 조달 가능한 달러 투자 규모가 150억~200억달러"라며 "우리가 연간 부담할 수 있는 수준 내에서 감당 가능한 딜(거래)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3500억달러 대부분을 직접투자로 집행할 경우 대규모 외화 유출로 경제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구 부총리는 "환율 안정 문제라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가용 범위 등을 미국과 충분히 협의하고 설득시켜서 협상이 이뤄지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이번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리는 G20(주요20개국) 재무장관회의 기간 중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만나 관세 등 주요 현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도 밝혔다.

미국측이 대미 투자펀드의 증액을 요구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국감에서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이 "(미국이 한국에 대해) 일본의 5500억달러에 근접하도록 증액해야 한다는 요구도 있다"고 하자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증액 요구는) 없었다"고 답변했다.

김 장관은 "처음에 3500억달러 펀드는 투자가 중심이 아니고 대출과 보증이었다"며 "협상 과정에서 내용들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간 협상 내용에 대해 비망록 등 구체적인 내용을 제출하라는 의원들의 요구가 이어지자 국민의힘 소속 이철규 산중위 위원장은 "대한민국이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과 신뢰가 있다"며 "여야 모두 국익을 고려해 자료 공개 요구를 지양해 달라"고 당부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국감장에서 나온 통상 관련 주요 발언과 관련해 "협상 중이기 때문에 현 단계에서 구체적인 말씀을 드리지 못함을 양해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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