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2022년 발생한 이태원 참사에 영향을 미쳤다는 감사 결과가 나왔다. 용산구청의 대응 미흡과 책임자 징계 부적절 등도 문제로 지적됐다.
정부는 23일 국무조정실, 경찰청, 행정안전부 등으로 구성된 '이태원 참사 합동감사 TF(태스크포스)'의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감사는 지난 7월 이태원 참사 유가족이 "3년의 징계시효로 면책받는 공무원이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경찰청과 용산구청 등이 주요 감사 대상이었다.
감사 결과 참사 당일 이태원 일대에는 경비 인력이 전혀 배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대통령실 인근 집회 관리를 위해 인력을 집중 배치했기 때문이다. 특히 용산경찰서는 2020년과 2021년에 수립했던 핼러윈데이 대비 '이태원 인파관리 경비계획'을 2022년에는 세우지 않았다.
정부는 "대통령실 용산 이전 이후 용산에서 경비수요가 대폭 증가했고 서울경찰청과 용산경찰서 지휘부는 대통령실 인근 경비에 우선순위를 두고 경비인력을 운용했다"고 설명했다.
이태원파출소는 참사 전 압사 위험 신고 11건을 접수했지만 단 한 번만 현장에 출동했다. 그럼에도 시스템에는 출동 후 조치한 것처럼 허위로 입력했다.
용산경찰서장은 대통령실 인근 집회·시위 종료 후 교통정체로 늦게 이태원파출소에 도착했다. 그러나 도착 후에도 현장 확인 없이 파출소에 머물렀다. 서울경찰청장은 참사 당일 오후 11시36분 상황을 인지하고 다음날 새벽 0시25분 이태원 파출소에 도착했지만 새벽 1시19분까지 경찰청장에게 상황을 보고하지 않았다.
2022년 1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진행된 경찰 특별감찰과 징계 절차에도 문제가 드러났다. 경찰청 특별감찰팀은 용산경찰서장 등 8명을 수사의뢰한 것 외에 공식적인 감찰활동 보고서를 남기지 않고 활동을 종료했다. 감찰담당관실로 인수인계도 이뤄지지 않아 일부 공직자는 징계 없이 정년퇴직했다.
행정안전부의 서울시청·용산구청 감사에서도 부실 대응이 드러났다. 참사 당일 용산구청의 재난 초동보고 체계가 작동하지 않았다. 상황실 근무자 5명 중 2명은 참사 당시 전쟁기념관 인근 담벼락 전단지를 제거 중이었다.
상황실 내근자는 서울종합방재센터로부터 압사사고 관련 전화를 받고도 조치를 하지 않았다. 행안부의 사고 전파 메시지를 받은 뒤에야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 보고했고 구청장 등 주요 간부에게는 보고하지 않았다. 용산구청장은 현장 도착 후 2시간 동안 주요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
정부는 "구청장 등 재난관리책임자의 리더십 부재로 사고 수습을 위한 초기 대응체계 신속 구축에 실패했다"며 "용산구청은 주요 책임자가 제 역할을 수행하지 않아 대응체계 구축이 지연됐다"고 밝혔다.
서울시청은 용산구가 징계를 요청한 재난대응 책임자에 대해 공식 절차 없이 내부 보고만으로 징계 보류를 결정했다. 결국 해당자는 징계 없이 정년 퇴직했다. 용산구청은 경찰 수사로 직무상 비위가 확인된 7명에 대해 행정처분을 요청받았지만 감사일 현재까지 징계 등 조치를 하지 않았다.
이태원 내 '춤 허용 일반음식점' 점검 부실도 드러났다. 합동감사 TF는 "사고 당시 인근 음식점의 과도한 소음으로 행인 간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이로 인해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감사로 참사 대응에 책임이 있거나 책임자 징계 등 후속조치 과정에서 비위가 확인된 62명은 책임에 상응하는 조치를 받게 된다. 참사 당시 용산경찰서장, 서울경찰청장, 용산구 부구청장 등 책임이 확인된 대상자 중에서 이미 퇴직했거나 징계 처분을 받은 사람은 이번 조치 대상에서 제외했다.
정부는 이번 감사 결과를 두고 "예견된 대규모 인파 운집에 대한 경찰의 사전 대비가 명백하고 부족했고, 그 과정에서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이 영향을 미쳤다"며 "유가족과 국민들의 의혹 해소 등 측면에서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