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글로벌 공급과잉과 경쟁력 약화 등으로 벼랑끝에 몰린 철강업계를 살리기 위해 57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관세 피해기업은 지원하되 경쟁력이 떨어진 품목은 설비규모를 조정하고 고부가·저탄소 제품으로 전환해 미래 경쟁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정부는 4일 경제관계장관회의 및 산업경쟁력강화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철강산업 고도화 방안'을 발표했다.
철강산업은 우리나라 주력 산업 경쟁력의 근간이 돼 왔지만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글로벌 공급과잉과 업황 침체의 여파로 관련 국내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해 있다. 대규모 장치산업 특성상 산업이 성숙기로 접어들면서 범용재 경쟁력이 약화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런 가운데 철강 수출 '밀어내기'로 인한 덤핑 문제와 미국·유럽 등의 관세 장벽 등으로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점차 심화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철강산업 구조조정과 고도화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우선 공급과잉 품목에 대해서는 설비규모 조정의 3대 원칙을 정하고 선제적인 조정에 나선다.
3대 원칙은 △경쟁력 약화 품목 중 기업의 설비조정 계획이 있는 경우 이를 지원 △경쟁력 약화 품목 중 시장 자율 조정이 미진한 경우 자율조정을 위한 여건 조성 △경쟁력 유지 품목은 과감한 선제투자 등이다.
형강·강관 같이 공급과잉으로 경쟁력이 약해진 품목에 대해 기업이 설비조정에 나서면 정부는 고용유지 노력 등 기업의 책임 있는 경영을 전제로 이를 지원할 계획이다.
시장의 자율적 조정이 어려운 품목 중 수입재 침투율이 낮은 경우 정부가 기업의 자발적 사업재편이 촉진될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한다. 열연·냉연 처럼 수입재 침투율이 높으면 이에 먼저 대응한 이후 조정에 나선다. 전기강판·특수강 등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는 제품은 선제투자한다.
정부는 3대 원칙에 따라 공급과잉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되고 수입재 침투율이 낮은 철근에 대해 중점적으로 설비규모 조정 여건 조성에 착수할 방침이다. 기업활력법상 사업재편 진행 가능성과 이와 연계한 세제 지원 등 인센티브 부여 방안을 검토한다. 필요시에는 국회 협의를 거쳐 철강특별법 등 대안을 모색할 예정이다.
해외 수출장벽과 덤핑 등 국내 불공정 수입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대응한다. 미국의 철강 50% 관세와 유럽연합(EU)의 철강 수입쿼터(TRQ) 등에는 정부간 협의를 지속할 계획이다.
관세 피해 기업에는 약 5700억원 규모의 정책금융을 지원한다. 철강을 대상으로는 '수출공급망 강화보증 상품'을 신설해 4000억원을 공급한다. 수출 대기업과 시중은행의 특별출연을 토대로 협력사 제작자금 금리 우대, 보증한도 확대 등을 지원한다.
철강·알루미늄·구리·파생상품 피해기업 대상으로는 이차보전사업을 신설해 1500억원 효과의 금융을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중소기업에는 2%포인트(p), 중견기업에는 1.5%p 금리 지원으로 원부자재 구입, 시설투자 관련 이자부담을 완화한다. 무역협회는 200억원 규모의 미 관세 피해기업 긴급 융자자금을 편성해 피해기업 중심으로 공급한다.
덤핌에 대해서는 관세청-산업부-철강협회 등 관계기관간 협업체계를 구축해 단속 강화에 나선다. 지난 3월 '철강·알루미늄 통상리스크 및 불공정 수입 대응방안'에서 발표한 품질검사증명서 의무화를 통한 철강재 수입 모니터링 내년부터 본격 시행한다.
관세법 시행령 개정으로 우회수출을 통한 반덤핑 관세 회피도 방지한다. 현재 철강 부원료 17개 품목 중 7개 품목에 인정되는 할당관세 대상품목은 내년에 확대할 계획이다.
미래 유망 품목인 특수탄소강에 대해서는 글로벌 시장 선점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 부는 '새 정부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초혁신경제 15대 선도프로젝트의 하나로 특수탄소강 분야를 선정했다. 특수탄소강 관련 연구·개발(R&D) 로드맵을 수립하고 2000억원 규모의 지원으로 기술력과 생산기반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저탄소 공정 전환을 촉진하기 위한 지원도 이뤄진다. 지난 6월 8100억원 규모로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한 '한국형 수소환원제철 실증사업'을 차질 없이 추진할 예정이다. 산업통상부, 기후에너지환경부 등 관계부처와 함께 인센티브 방안 등을 마련한다.
저탄소 공정 전환에는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만큼 법적 지원 근거도 마련한다. 전기로의 핵심 원료인 스크랩 수급 안정화를 위해 '철스크랩 산업 육성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설비규모 조정 과정에서 나타나는 지역경제 침체에도 대응한다.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 지정 등과 연계해 지역경제 지원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강산업 집적지의 단기 고용과 중장기 철강 경쟁력 강화를 모두 달성할 수 있도록 연관 투자를 촉진하고 장기적으로 산업구조를 다각화해 지역의 철강 의존도를 낮춘다.
인증기준 강화, 시판재 조사 등으로 기준미달 품목의 국내 유입을 차단한다. 국토부-산업부-철강협회 합동 점검으로 건설산업 현장에 적용되는 비KS인증 제품에 대한 관리도 강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