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도둑맞은 K브랜드(上)
①지재처 자료 분석…한국기업이 99% 피해자


최근 5년간 중국에서 의심되는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가 1만건을 넘어선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3000건을 돌파하며 2년새 2.4배 증가한 영향이다. 수년새 K브랜드 베끼기가 동남아시아로 확대되는 이른바 'K브랜드 복제벨트'가 형성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중국의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상표는 1만1586건이다. 특히 지난해 3112건이 집계돼 2023년 이래로 2년 연속 증가했다. 무단선점 의심상표는 프랜차이즈 등 국내 브랜드가 현지에 진출하려 할 때 현지 브로커가 협상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목적으로 한국 상표를 미리 점유하는 의심사례다.
이런 의심사례는 동남아 전역에서 늘어나고 있다. 베트남의 경우 무단 선점 의심 상표 건수가 2023년 313건에서 2024년 1503건, 지난해 1872건으로 매년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인도네시아 역시 2023년 1350건에서 지난해 2485건으로 늘었으며 말레이시아도 같은 기간 106건에서 610건으로 6배 가까이 늘었다.
상표권 분쟁·갈등 사건의 대부분은 한국 기업이 피해자다. 지난해 중국과의 상표권 분쟁 사건 수는 140건인데 이 중 우리 기업이 중국 기업에 피소된 사건은 2건에 불과하다. 나머지 138건은 우리 기업이 중국기업을 제소했다. 중국과의 분쟁에서 98.57%가 우리 기업의 피해 호소라는 의미다. 중국 정부가 지식재산권 침해소송 정보 공개를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발생하는 피해 규모와 사건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특허 분쟁 역시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 최근 5년간 중국 기업과의 특허 분쟁 사건 누적 39건 중 우리 기업이 제소한 건은 37건이었다. 반면 피소 사건은 2건에 그쳤다. 이는 미국이나 유럽 등 주요 선진국과의 분쟁 양상과는 확연히 대비된다. 미국의 경우 우리 기업이 제소한 건(153건)보다 피소된 건(461건)이 약 3배 많았으며, 유럽 또한 피소 47건, 제소 34건 등으로 제소 건이 훨씬 많았다.
오세희 의원은 "우리 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공들여 쌓은 브랜드 가치를 허무하게 탈취당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며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한 외교적·정책적 총력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②기업 체급별 IP 대응 양극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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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화장품 인기 브랜드를 보유한 A사는 베트남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자사 상표가 현지에서 등록된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즉시 상표 출원에 나섰지만 현지 업체가 동일·유사 상표를 먼저 출원한 탓에 등록을 거절당했다. 베트남 정부기관에 도용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확보해 증거로 제출하는 등 소송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최근 승소를 확정한 기쁨도 잠시, 얻을 수 있는 이익은 남아있지 않았다.
K콘텐츠를 중심으로 한류 소비가 확산되면서 K브랜드를 침해하는 해외 사례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특히 대기업 브랜드에서 집중됐던 모방이 중소·신생 브랜드까지 확산되는 양상이다. 트랜드 변화 주기가 짧아지면서 막 성장한 K패션·뷰티나 해외에서 활로를 찾으려는 K푸드(프랜차이즈)가 타격을 입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오세희 의원이 지식재산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 규모별 상표권 침해 양상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대기업의 K브랜드 무단선점 의심 상표는 지난해 1185건으로 전년 1304건보다 감소했다. 반면 중견기업과 중소기업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관련 의심 상표는 꾸준히 늘어나며 전체 침해 증가를 이끌었다. 과거에는 인지도가 높은 대기업 브랜드가 주요 타깃이었다면 최근에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기반으로 성장한 K뷰티와 패션 신생 브랜드가 빠르게 모방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업종별로는 프랜차이즈 분야의 무단선점 의심상표 증가세가 거세다. 의심 상표는 2023년 653건에서 2024년 1774건으로 급증한 데 이어 지난해 1973건까지 늘었다. 프랜차이즈는 외식과 카페 등 K푸드 브랜드가 포함되는 영역으로 해외 진출이 확대되면서 상표 선점 시도도 함께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치킨과 디저트 등 K푸드 인기가 높아질수록 브랜드를 선점하려는 움직임도 강해지는 구조다.
K뷰티와 패션 분야에서도 증가세가 이어졌다. 화장품 분야 의심 상표는 2023년 886건에서 2024년 1368건, 지난해 1708건으로 늘었고 의류 역시 같은 기간 847건에서 1397건으로 증가했다. K상품 수요가 커지는 산업일수록 모방도 빠르게 늘어나는 흐름이 뚜렷해지고 있다.
문제는 대응 역량이다. 대기업은 해외 법무 조직과 지식재산권 관리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분쟁 대응이 가능한 반면 중소·중견기업은 전문 인력과 비용 부담으로 대응이 쉽지 않은 현실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인기가 있는 상표일수록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도용되는 경우가 많다"며 "각 국가별로 별도 대응을 해야 하는 구조라 기업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실제 상표가 도용될 경우 해당 국가에서 무효 심판이나 협상 절차를 각각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현지 로펌과 협업이 필요하다. 모든 과정을 중소·중견기업이 직접 관리해야 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 관계자는 "상표 무효 심판이나 협상 비용이 최소 수천만원 수준에서 시작된다"며 "양도 대가까지 포함하면 4000만~5000만원 이상이 드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계는 지재권 대응 역량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한 업계 관계자는 "K상품이 글로벌 시장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는 만큼 침해 대상도 함께 늘고 있다"며 "성장 초기 단계부터 지재권 전략을 갖추지 않으면 같은 문제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