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이 끌어올린 물가…휘발유·경유부터 올랐다

세종=최민경 기자
2025.12.31 16:00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31일 서울 시내 주유소에서 차량들이 기름을 넣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12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3%를 기록하며 4개월 연속 2%대 상승률을 보였다. 농산물 가격은 비교적 안정세로 나타났지만 고환율 등 영향으로 석유류와 수입 농축수산물 등 먹거리 가격이 고공행진을 지속했다. 2025.12.31.

12월 소비자물가가 2.3% 올랐다. 4개월 연속 2%대다. 핵심 변수는 환율이다. 내수 부진 속에서도 고환율이 기름값과 수입 품목 가격을 먼저 올렸다.

국가데이터처가 31일 발표한 '2025년 12월 및 연간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12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17.57(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11월(2.4%)보다 상승폭은 소폭 낮아졌지만 지난 9월부터 2%대 흐름이 견고하다.

물가를 끌어올린 건 석유류다. 전년 동월 대비 6.1% 올랐다. 경유가 10.8%, 휘발유가 5.7% 각각 올랐다.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 1년 전보다 하락했지만 국내 유통 가격은 올랐다. 1400원후반대 고환율이 수단 단가를 올렸다. 유류세 인하율 축소도 영향을 줬다.

이두원 국가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국제유가는 두바이유 기준으로 지난달 64.5달러에서 이번 달 62.1달러로 소폭 하락했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의 경우 1457원에서 1472원으로 올라 석유류 가격 상승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환율 영향은 석유류뿐 아니라 수입 먹거리 가격에도 반영됐다. 수입 소고기는 8.0% 올라 지난해 8월 이후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바나나(6.1%), 망고(7.2%), 키위(18.2%) 등 수입 과일 가격도 들썩였다. 고등어 가격 역시 11.1% 상승했다.

정부는 환율이 단계적으로 전이될 것으로 본다. 지금은 충격의 초입 단계다. 환율 급등이 원자재와 석유류 가격엔 즉각 반영됐지만, 전방위적 확산은 아직이란 판단이다.

임혜영 기획재정부 물가정책과장은 "환율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영향을 미친다"며 "우선은 원자재와 석유류 등 수입물가에 영향을 미치고, 이후 생산자물가를 거쳐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연결되는 흐름"라고 설명했다. 다만 환율의 영향 규모에 대해서는 "산출적으로 계량화해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현재는 환율 영향이 석유류와 일부 수입 농축수산물에 집중돼 있다. 가공식품과 서비스 전반으로의 확산세는 두드러지지 않는다. 가공식품은 오히려 과거 인상분에 따른 기저효과로 상승 폭이 둔화했다.

다만 고환율 국면이 장기화되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수입 원가 비중이 높은 가공식품은 물론, 외식비 등 개인서비스 가격으로 환율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여전하다. 기업들이 원재료 조달 비용과 물류비 부담 등을 견디다 못해 가격 조정에 나설 수도 있다.

연간 지표도 이를 보여준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1%로 지난해(2.3%)보다 둔화됐다. 농산물 기저 효과와 통신비 감면 등이 전체 물가를 눌렀다. 하지만 석유류는 국제 유가 하락 흐름에도 불구, 3년만에 상승 전환했다. 환율 변수를 무시할 수 없다는 의미다.

결국 향후 물가의 키(Key)는 환율 추세가 쥐고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은 상수다. 환율이 안정되면 수입 물가 압력은 완화된다. 반면 변동성이 다시 커진다면 현재 석유류에 집중된 가격 상승 압력이 먹거리와 서비스 전반으로 옮겨 붙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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