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다 오른 거 같은데"...물가 상승률 5년 내 최저? 통계의 착시

"싹 다 오른 거 같은데"...물가 상승률 5년 내 최저? 통계의 착시

세종=김온유 기자
2026.04.03 04:10

[일상 덮친 워플레이션]③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별 가중치/그래픽=윤선정
소비자물가지수 구성 품목별 가중치/그래픽=윤선정

물가 지표와 '살림살이 물가'의 간극이 커지는 분위기다. 지난해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피부로 와닿는 체감 물가는 매서웠다. 실생활에서 밀접한 품목들의 가중치가 낮거나, 반영이 제대로 안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가가 실제 물가를 반영하지 못하는 '통계의 착시'가 심해졌단 지적이다.

2일 국가데이터처 등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CPI 상승률은 2.1%로 집계됐다. 지난해 5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코로나19 이후 상승 추세가 다소 진정됐다.

그러나 안정된 물가지표와 달리 소비자가 체감하는 생활 물가는 여전하단 지적이 나온다. CPI는 458개 품목을 가중 평균해 산출하는데, 소비자들은 구매 빈도가 높은 먹거리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만큼 실제 체감 물가와 간극이 발생할 여지가 있다.

최근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된 생활물가지수의 상승률은 CPI 상승률을 웃돌았다. 2022년 6%로 고점을 찍은 뒤 하향 추세지만 지난해 2.4%를 기록했다. 생활물가지수를 구성하는 144개 품목 중 교통, 통신, 교육 등 60개 품목을 제외한 식품의 물가상승률도 지난해 3.2%였다. 데이터처가 자주 사는 물건과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와 채소·과일·생선 등을 대상으로 하는 신선식품지수(55개) 등 보조지표를 함께 발표하는 배경이다.

품목별 가중치에 대한 지적도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해 마늘(11.7%), 김치(11.5%), 쌀(7.7%), 커피(11.4%), 고등어(10.3%) 등의 물가지수가 전년 대비 급등했다. 그러나 총 가중치(1000)에선 마늘(1.3), 김치(1.3), 커피(2.6), 쌀(4.2), 고등어(2) 등의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가중치가 1, 2위인 전세(54.2)와 월세(44.9)는 계약을 하면 1~2년간 가격 변동이 없어 물가 하락을 체감하기 쉽지 않다. 이들의 지난해 증감률은 각각 0.5%, 1.1%이었다.

주택 가격이 들썩이는 것도 소비자물가가 체감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도 나오는 이유다. CPI에 전월세 등 임차료만 포함돼 있고 '자가주거비'가 빠지면서다. 이는 전월세 급등기마다 두드러진다. 연간으로 보면 2012~2016년엔 자가주거비포함지수가 CPI를 웃돌았다. 2021년 9월엔 두 지수의 차이가 0.5%포인트까지 벌어졌다.

자가주거비는 소유주택을 주거 목적으로 사용해 얻는 서비스의 가치를 비용으로 환산한 것이다. 데이터처는 '자가주거비포함지수'를 보조지표로 발표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주택과 유사한 주택을 임차할 경우 지불할 것으로 예상되는 비용을 측정해 산출한다. 실제 가격이 반영되지 않았단 얘기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 등을 제외한 19개국은 CPI 주지표에 자가 주거비를 포함한다. 주거비의 물가지수 내 비중은 미국 31%, 영국 22%, 독일 18%, 일본 18.3%이지만, 한국은 9.8%에 불과하다. 이를 자가주거비포함지수 기준으로 환산하면 27.7%까지 확대된다.

데이터처 관계자는 "자가주거비서비스라고 표현해서 내가 살고있는 집에서 사는 비용을 전월세로 추정해서 산출하기 때문에 전월세가 높았던 구간엔 소비자물가지수에 반영되지 않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올해 말 자가주거비를 소비자물가지수에 포함시킬지 의견수렴 등을 거쳐 판단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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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온유 기자

안녕하세요. 경제부 김온유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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