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옛 실손보험, 어찌하오리까(上)

정부가 옛 실손의료보험(1세대·초기 2세대)을 5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방식의 실손 계약재매입을 추진한다. 1세대·초기 2세대 실손보험을 다음달 출시 예정인 5세대로 갈아타면 보험료를 3년간 50% 할인해 주는 방식이다. 비급여 의료를 사실상 무제한으로 보장하는 옛 실손보험으로 인해 과잉진료가 남발하고 건강보험 적자까지 유발한다는 지적에 따른 특단의 조치이지만 실효성 논란, 보험업계 반발 등이 거셀 전망이다.
2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실손보험 1세대와 2세대 가입자를 대상으로 5세대로 전환시 5세대 실손 보험료를 3년간 50% 할인하는 계약재매입을 이르면 다음달 시행할 예정이다.
실손보험 정상화를 위한 계약 재매입은 이재명 정부의 국정 과제다. 2013년까지 판매된 1세대와 초기 2세대 실손보험은 비급여 의료비에 대해 본인부담금이 아예 없거나 최대 20%에 불과하다. 실손보험 전체 가입자의 약 44%인 약 1600만명이 가입했다. 사실상 무제한으로 비급여 의료비를 보장하지만 재가입 주기가 없어 약관상 보장 내용을 바꿀수 없다.
이로 인해 도수치료·비급여주사제·비급여 MRI(자기공명영상진단) 등 비급여 의료의 과잉진료가 남발돼 실손보험 적자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수 계약자의 '의료 쇼핑'은 대다수 계약자의 보험료 부담을 키우면서 심각한 부작용을 낳고 있다. 특히 실손보험이 유발하는 과잉진료는 건강보험이 보장하는 급여의 의료비 부담으로도 연결돼 건장보험 보장률이 떨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은 오는 5월 신규 출시하는 5세대 실손보험으로 옛 실손 가입자가 계약을 갈아타는 방식의 계약재매입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5세대 실손보험은 도수치료와 비급여 주사제 등을 보장에서 제외하고 비중증 치료비는 본인부담률 50%를 적용한다. 입원시 회당 300만원, 통원시 회당 20만원으로 비중증 의료비 보장이 제한돼 과잉진료 유인을 사전에 차단하는 상품이다.
금융당국은 5세대 실손보험으로 전환시, 5세대 실손보험료의 50% 가량 보험료를 할인하는 인센티브를 적용할 계획이다. 예컨대 45세 남자 기준으로 1세대 월납 보험료가 6만원이라면 5세대 실손보험료는 약 1만원대 초반이다. 이 보험료의 절반인 1만원 이하로 3년간 보장해 갈아타기를 유도하겠다는 구상이다. 사실상 1년6개월간은 보험료를 내지 않는 셈이다.
보험업계 일부에선 옛 실손 가입자의 10% 이상이 5세대로 전환할 것으로 추정한다. 다만 의료 이용을 많이하는 계약자들은 과거 실손보험을 더 선호할 수 있다. 계약 전환이 의무가 아닌만큼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예상 밖으로 전환률이 높을 경우엔 보험사들이 최대 '조 단위'의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하는 만큼 보험업계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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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옛 실손의료보험(1세대·초기 2세대)을 5세대로 전환하려는 이유는 비급여 의료비를 사실상 무제한 보장하는 옛 실손을 없애지 않으면 실손보험 개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서다. 다만 보험업법상 강제로 전환시킬 수는 없기 때문에 결국 계약자의 자발적인 선택이 필요하다. 관건은 '3년간 보험료 50% 할인' 인센티브가 과연 보험계약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느냐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1세대 및 초기 2세대 실손보험료는 45세 남자 기준으로 약 월 6만원 전후다. 같은 조건의 5세대 실손보험료는 약 1만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5세대 실손보험은 5월 출시 예정인데 금융당국은 4세대 실손보험료(약 1만8000원)보다 30% 가량 저렴하게 책정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이 계약자가 '보험료 50% 할인'을 받고 5세대로 갈아타면 보험료는 1만원 이하로 대폭 떨어진다는 계산이 나온다. 6만원대 보험료가 1만원 이하가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보험료 할인을 3년간 적용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사실상 1년6개월 동안은 보험료를 내지 않는 효과가 발생하는 셈이다. 총액 기준으로는 3년간 200만원 가량 보험료를 절감하는 효과가 있다. 45세보다 연령이 더 많거나 성별이 여성인 경우라면 보험료 인하 효과가 이보다 수백만원 이상 더 날 수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당초 '1세대→5세대' 갈아타기 방식의 계약재매입보다는 보험사가 일정 금액을 주고 옛 실손 계약을 해지하는 식의 방안을 검토해 왔다. 예컨대 성별이나 나이 등에 따라 재매입 비용을 차등 책정하거나 그간 낸 보험료에서 보장 받은 금액을 제외한 금액 기준으로 계약자에게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 등이다. 어떤 기준을 적용하냐에 따라 보험계약자와 보험회사간 유불리가 크게 갈리다보니 보험사들의 반발이 거셌고, 이로 인해 재매입 논의는 지지부진했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계약재매입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아직 물음표가 달린다. 200만~300만원 수준의 보험료를 아끼려고 5세대로 전환하는 계약자가 과연 얼마나 될 것이냐가 관건이다. 1세대와 2세대의 경우 비급여 의료비 보장이 사실상 무제한인데다 재가입 주기가 없어 보험사가 추후에 보장 내용을 축소할 수도 없다.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제 등도 모두 보장된다.
반면 5세대 실손보험은 본인부담률이 50%로 높은 편이고, 도수치료와 주사제 등 과잉진료가 집중되는 비급여 의료비는 아예 보장에서 빠졌다. 입원은 회당 300만원, 통원 일당은 20만원의 보장한도 제한(비중증 기준)도 있다. 평소 의료 이용을 많이 하는 계약자라면 재매입을 선택할 유인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정부가 실손보험 개혁안에 따라 관리급여제를 도입하면 과잉진료가 집중되는 도수치료 등이 비급여에서 제외되거나 가격 통제를 강하게 받는다. 더구나 우량 가입자가 5세대 실손으로 많이 갈아타면 옛 실손보험료는 월 수십만원대로 뛸 가능성이 크다. 5세대는 중증 치료 중심으로 보장이 대폭 강화되는 만큼 평소 병의원을 자주 가지 않는다면 계약재매입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인하 등 인센티브를 주지 않은 지금도 옛 실손의 과도한 보험료 부담 때문에 4세대 실손보험으로 갈아타는 수요는 꾸준하다"며 "보험료 할인 혜택을 적용하면 과연 얼만큼의 계약자가 전환을 할지 지금 상황에서는 예측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