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 배출권' 줄이니 가격 50% 껑충…전기요금 인상 요인?

세종=김사무엘 기자
2026.02.16 10:00
2025년 탄소배출권(KAU25) 가격 추이/그래픽=이지혜

국내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근 6개월 동안 50% 가량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4차 계획기간의 본격 시행을 앞두고 '공짜 배출권'이 점차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국내 배출권 시장은 높은 무상할당 비중과 잉여배출권의 영향으로 제대로 된 가격 형성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배출권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가격 상승이 필요한데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5년 배출권(KAU25) 가격은 지난해 8월 톤당 8580원으로 저점을 기록한 뒤 점차 상승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지난 12일에는 톤당 1만2750원까지 오르며 저점 대비 48.6% 올랐다.

가장 큰 요인으로 배출권 할당량 감소가 꼽힌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해 말 배출권거래제 제4차 계획기간(2026~2030년)의 총 배출량을 25억3730만톤으로 확정했다. 지난 3차 계획기간(2021~2025년) 대비 17.9% 감축했다.

배출권 가격 하락의 주요인으로 지목됐던 무상할당 비중도 줄이기로 했다. 3차 계획기간에서는 유상할당 비중이 10%였는데 4차 계획기간 부터는 발전 부문의 경우 올해 15%에서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발전 외 부문은 2030년까지 15%가 유지된다.

현재 거래되는 KAU25는 3차 계획기간 물량에 해당한다. 하지만 오는 7월 4차 계획기간 물량의 본격적인 거래를 앞두고 가격 상승을 예상한 시장 참여자들이 미리 물량을 확보하기 시작하면서 가격도 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배출권은 기업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기업마다 배출권 할당량만큼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으며 추가로 온실가스를 배출할 경우 거래시장에서 유상으로 배출권을 매입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에 비용을 부과해 기업의 탄소감축 유인을 높이기 위한 차원이다. 하지만 그동안 우리나라 배출권 가격은 지나치게 저렴하게 형성돼 기업들의 감축유인을 높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제도 도입 초기에 기업 부담 완화를 이유로 배출권 대부분을 무상으로 공급하면서 시장에 잉여배출권이 쌓인 탓이다.

전문가들은 배출권 제도가 제대로 기능하려면 톤당 2만~3만원 이상은 돼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배출권은 도입 초기였던 2019년 톤당 4만원대까지 상승하기도 했지만 이후 가격이 급격히 하락하며 1만원을 하회했다.

올해 하반기에 4차 계획기간이 시작되면 배출권 상승세는 본격화할 것이란 전망이다. 정연우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차 계획기간의 할당 축소 효과가 가시화되며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이라며 "배출권 가격은 올해 1만5000원까지 상승이 기본 시나리오이며 상승 시나리오에서는 2만원 돌파도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배출권 가격이 오를수록 기업에는 부담으로 작용한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이 많은 석탄화력발전사들의 경우 배출권 가격 부담으로 인해 전기 생산단가가 상승하게 된다. 한국경제인협회에서는 배출권 유상할당 비율 상향에 따라 제조업 전기요금 인상효과가 2조5000억원에 이를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전기요금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한 만큼 배출권 가격 부담이 곧 요금인상으로 이어지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특히 우리나라 전기요금 원가에서 연료비가 대부분을 차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배출권 가격 인상으로 인한 전기요금 인상 요인은 크지 않다는 지적이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