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대법원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 근거한 상호관세를 위법으로 판단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이달들어 최저치까지 떨어졌다. 달러 약세 압력이 점진적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6.6원 내린 1440.0원에 마감했다. 이는 지난달 3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장중에는 1430원대 후반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지난 20일(현지시간) 미국 연방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부과가 위법하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 달러 약세의 주요 원인이다. 미국 무역 정책에 대한 신뢰도 저하와 재정 건전성 우려가 커지면서다.
미국의 지난해 4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연율 1.4%로 시장 예상치를 크게 하회한 것도 달러 약세에 힘을 실었다.
미 연방대법원 판결에 따라 IEEPA 관세는 무효화됐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24일(현지시간)부터 무역법 122조에 따라 전면관세(글로벌관세) 15%를 부과하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철강·자동차·반도체 등 무역확장법 232조 관세도 유지된다.
시장에서는 이번 판결로 실효관세율이 일정 부분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대체관세가 도입되더라도 전체 실효관세율이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효관세율 하락은 인플레이션 둔화 기대 자극해 달러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관세 환급 이슈도 변수다. 관세 무효화에 따른 환급 규모는 최대 175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는 추정도 나온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주요 세입원으로 부상했던 관세 수입이 줄어들 경우 재정적자 확대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환급이 현실화되면 재정 부담이 추가로 커질 수 있으며 이를 반영하면 2026년 미국의 GDP 대비 재정적자는 전년보다 약 0.5%포인트 늘어난 6.6% 수준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건전성 우려는 미 국채 금리와 달러 자산 신뢰도에 부담을 줄 수 있다. 시장에선 상반기 원/달러 환율이 완만한 하락 추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일단 타격을 받았고 더욱이 관세환급과 관련된 줄 소송 등이 예고되고 있다"며 "미국 재정수지에 대한 우려가 미국 국채 금리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글로벌 자금의 '탈미국' 흐름을 강화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입장에서 관세 정책 약화로 더 이상 주요국의 통화가치 약세, 대표적으로 엔화 약세 등을 더 이상 용인하기 어려울 수 있음은 궁극적으로 달러 약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플랜B인 대체관세 추진과 중동 지정학 리스크가 맞물리면서 단기 환율은 한쪽으로 방향이 쏠리기보다는 1430~1460원 범위에서 등락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