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구두 개입이 부동산 시장의 기대 심리를 단기간에 눌렀다. 2월 주택가격전망 심리지수(CSI)가 전월 대비 16포인트 급락, 3년 7개월만의 최대 낙폭을 기록하면서 구두 개입 효과가 가시화됐다. 다만 이 같은 '말의 힘'이 장기 추세 전환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택가격전망CSI가 한 달 만에 16포인트 급락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6·27 대책, 9·7 대책, 10·15 대책, 1·29 대책 등 총 4번의 부동산 대책이 나왔지만 부동산 심리엔 큰 변동이 없었다.
주택가격전망 CSI는 6·27 대책이 발표된 지난해 6월 120에서 7월 109로 11포인트 급락한 이후 점차 반등해 10월에는 122까지 올라섰다.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11월 119로 소폭 하락했지만, 12월부터 다시 상승 흐름을 타며 두 달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지난 1월엔 124를 기록하며 2021년 10월(125) 이후 4년 3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시장에선 이번에 심리가 꺾인 결정적 원인으로 이 대통령의 '강력한 구두 개입'을 지목한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다주택자 양도세 면제 연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밝힌 이후 연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부동산을 언급해왔다.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 "버티는 게 이익이 되도록 방치할 만큼 정책당국이 어리석지 않다", "이번이 마지막 기회" 등 발언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이날 국무회의에서도 "이 나라의 모든 문제의 원천은 부동산 문제"라며 강도 높은 부동산 대책을 예고했다.
권대중 한성대 경제부동산학과 석좌교수는 "장관이 아니라 대통령이 직접 반복적으로 메시지를 내면서 매수 심리가 위축되는 효과가 커졌다"며 "구두 경고는 통상 두세 달 정도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말했다.
여기에 기존 대출 규제도 맞물리면서 매수자들은 당분간 관망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 금융 지표에서도 수요 둔화 조짐이 확인됐다. 한국은행의 '2025년 4분기 차주별 가계부채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개인 차주의 평균 주택담보대출 신규취급액은 2억1286만원으로 전분기 대비 6.3% 감소했다. 10·15 부동산 대책 등의 영향으로 30대와 수도권,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감소폭이 컸다는 분석이다.
다만 시장에선 이를 집값 하락 전환 신호로 보기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우세하다. 구두 개입이 근본적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구두 개입 위주로 시장을 압박하는 방식은 근본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며 "정부가 경고 이후 정책적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하면 정책 신뢰도만 하락해 향후 집값 상승의 불씨를 다시 지피는 불안 요소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5월 9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 이후에는 매물이 오히려 잠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유예 만료 전 매물이 일부 늘고 있지만, 종료 이후에는 다주택자들이 보유 부담을 감수하고 버티는 전략이 확산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교수는 "정부가 오히려 더 전향적으로 규제 완화를 해야 매물이 더 많이 나오게 될 것"이라며 "현재는 다주택자의 매물이 나오기보다 1주택자인 노후 세대가 노후 생활 재원 마련을 위해 매물을 내놓는 사례가 많아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