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들이 내수 회복의 불확실성과 수도권 주택가격 및 환율 변동성을 염두에 두고 지난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통화정책 결정의 주요 변수로도 환율과 주택가격 안정 추이, 대외 불확실성 전개 양상 등을 짚었다.
한국은행이 17일 공개한 '2026년도 제4차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통위원들은 지난달 26일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2.5%로 동결했다. 지난해 7·8·10·11월과 올해 1월에 이은 6회 연속 금리동결이다. 지난달 금통위 의사록은 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 작성됐다.
위원들은 환율과 주택시장 모두 불안 요인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한 위원은 "현재 대내외 경제 여건 속에서 환율과 부동산 시장 안정은 당면한 경제정책 과제이자 통화정책 방향 결정에서 여전히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할 변수"라며 "통화정책도 그 실효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환율·부동산) 시장 안정 노력에 공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 위원은 "그동안 외환 수급 등 국내 요인에 크게 영향을 받던 환율의 경우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 의장 지명, 미국 관세 정책 변화, 지정학적 위험 등 대외 요인 가세로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며 "주택 가격은 정부의 다각적 대책으로 상승 폭이 조정되고 매물도 늘어났지만, 비수도권으로 상승세 확산, 전월세 가격 상승 등 위험 요인도 잠재한 만큼 둔화 지속 여부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른 위원도 금리 동결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경제 회복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금융시장 주요 가격 변수의 변동성이 확대된 만큼 이번 회의에서는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향후 경제의 성장 경로와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며 금리 변경 여부를 고려하는 것이 좋겠다"고 밝혔다.
자산시장으로의 자금 쏠림에 대한 경계감도 드러났다. 한 위원은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쏠림 등 리스크 요인이 상존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할 때 기준금리를 2.5%에서 동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당분간 현재 기조를 유지하며 새로 입수되는 데이터를 토대로 정책 여건 변화를 점검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물가에 대해서는 상방 압력이 커졌다는 의견이 나왔다. 위원들은 재정 확대, 고환율, 지정학적 변수 등이 물가를 자극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기존의 안정 흐름이 지속되더라도 경계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편 성장 경로를 둘러싼 시각은 다소 엇갈렸다. 일부 위원은 "물가가 목표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성장세가 당초 예상을 상회할 것"이라고 평가했지만, 다른 위원들은 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 성장이 집중되는 'K자형 양극화' 구조를 우려했다.
한 위원은 "부문별 성장 차별화로 성장에 대한 물가 민감도가 약해진 것으로 보이는데, K자형 경제 구조가 고착화될 경우에 대비한 통화정책적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위원도 "반도체 경기 사이클의 확장 국면이 이전보다 길어진 만큼 향후 하락 국면에서 경제 충격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양극화 대응 수단으로는 통화정책보다 재정정책이 더 적합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한 위원은 "중소기업·자영업 등 정보기술(IT) 부문 호조에서 소외된 부문들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다"며 "확장 기조에 있는 재정정책의 역할이 보다 효과적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선별적 실물 부문 지원 기능이 제한적인 통화정책은 금융안정 위험 요인을 축소해 나가는 데 중점을 두는 방향으로의 정책 조합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책과 관련해서는 규제 지속에 따른 부작용 가능성도 언급됐다. 한 위원은 "가계대출 총량 규제가 주택시장 과열에 대응해 일시적으로 필요할 수 있겠지만, 주택 가격 상승 모멘텀이 약화된 이후에도 같은 규제를 유지하면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 변수에 대한 경계도 이어졌다. 한 위원은 "미국과 이란 분쟁이 발생할 경우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이 러·우 전쟁보다 더 클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