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협상이 시작될 때마다 가장 먼저 도마에 오르는 것은 늘 농축산업이었다."
국내 축산업계가 다시 한번 깊은 한숨을 내쉬고 있다. 정부가 브라질산 쇠고기 수입을 위한 위생·검역 절차를 사실상 마무리 단계로 끌어올리면서 시장개방에 대한 축산농가의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한·메르코수르(MERCOSUR) 무역협정 추진과 대미 통상협상 과정에서 농축산물 시장 개방 가능성까지 거론되면서 "국내 축산업이 또다시 통상협상의 희생양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4일 성명을 내고 "국내 축산업을 더 이상 통상협상의 희생양으로 삼지 말라"며 정부의 시장 개방 정책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협의회는 정부가 이달 중 브라질 현지에서 쇠고기 수입을 위한 위생·검역 기술진 실사를 실시할 예정인 점을 언급하며, 브라질산 쇠고기의 국내 시장 진입 가능성이 현실화되고 있다고 내다봤다.
브라질은 세계 최대 쇠고기 생산·수출국이다. 막대한 생산 규모와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브라질산 쇠고기가 국내 시장에 들어올 경우 수입육 시장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고, 결국 한우산업을 비롯한 국내 축산업 전반의 경영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 축산업계의 시각이다.
축산농가가 우려하는 것은 단순히 브라질 한 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브라질 시장 개방은 아르헨티나와 우루과이, 파라과이 등 메르코수르 회원국의 추가 개방 요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기에 한·메르코수르 무역협정이 체결될 경우 쇠고기를 넘어 돼지고기와 닭고기, 유제품 등 축산물 전반으로 개방 압력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미국산 쇠고기 관세는 이미 철폐됐고, 호주산은 2028년, 캐나다산과 뉴질랜드산은 2029년 관세 철폐가 예정돼 있는 만큼 브라질까지 가세하면 국내 축산업이 감당해야 할 부담은 한층 커질 것이라는 우려다.
축산업계는 시장 개방 자체보다 정부의 준비 부족을 더 큰 문제로 지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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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통상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국내 축산업에 미칠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거나 산업별 피해 규모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고,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 역시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현재 축산농가는 사료비와 인건비 상승, 에너지 비용 증가, 가축질병, 소비 위축 등 복합적인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추가적인 시장 개방이 이뤄질 경우 농가의 경영 안정성은 더욱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다.
정부가 제시한 피해보전직불제와 농어촌상생협력기금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당초 목표 규모조차 채우지 못했고 실제 지원 효과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오세진 축산관련단체협의회 회장은 "통상 확대가 국가경제에 필요하다는 점은 이해하지만 그 부담을 농축산업에만 반복적으로 전가해서는 안 된다"며 "식량안보는 경제적 효율성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국가 핵심 자산인 만큼 충분한 사회적 논의와 객관적인 영향평가, 실효성 있는 보완대책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