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가 31일 중동 지정학 리스크를 한국 경제의 단기 최대 위험요인으로 지목하면서도 환율 상승 자체에 과도하게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밝혔다. 추가경정예산(추경)의 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시장의 '실용적 매파' 평가에는 선을 그었다.
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 첫 출근길에서 한국 경제의 최대 리스크로 "단기적으로는 중동 사태"라며 "인플레이션은 상승 요인이 있고 경기는 하방 리스크가 있다"고 말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로 급등한 것과 관련해서는 환율 수준 자체보다 금융 시스템 안정성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환율 레벨 자체에 큰 의미를 부여해서는 안 된다"며 "달러 유동성 지표들은 상당히 양호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예전처럼 환율과 금융 불안을 직결시킬 필요는 없다"고 덧붙다.
신 후보자는 최근 시장에서 자신을 '실용적 매파'로 평가하는 시각에 대해 "매파냐 비둘기파냐 이분법적으로 나누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경제 전체 흐름과 금융 제도, 실물 경제의 상호작용을 충분히 파악한 뒤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중동 전쟁 장기화 시 물가와 경기 중 어느 쪽 위험이 더 큰지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는 불확실성이 많아 예단할 수 없다"며 "계속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우려가 제기되는 미국 사모대출 리스크와 관련해서는 시스템 위험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신 후보자는 "사모대출 규모는 2조 달러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은행 등 다른 금융 부문에 비해 작다"며 "최근 화두는 신용 리스크보다 유동성 리스크인데 전체 시스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하면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통화정책 커뮤니케이션과 관련해서는 이창용 총재에 대한 감사와 함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신 후보자는 "지난 4년 동안 한국은행을 성공적으로 이끌어주신 이창용 총재께 존경과 감사의 뜻을 표한다"며 "커뮤니케이션은 통화정책이 경제에 미치는 중요한 파급 경로로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다만 점도표나 포워드 가이던스 유지 여부 등 구체적 방향에 대해서는 "후보자 입장에서 답변하기 부적절하다"며 말을 아꼈다.
이창용 총재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 정기적으로 만나 통화정책 현안을 논의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는 "국제결제은행(BIS) 회의, 글로벌금융시스템위원회(CGFS) 등을 계기로 총재가 방문할 때마다 심도 있게 논의해 왔다"며 "각국 중앙은행들이 모여 경험을 비교하고 통화정책과 중앙은행 업무에 도움이 되는 논의를 했다"고 말했다.
추가경정예산과 관련해서는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물가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평가했다. 신 후보자는 "중동 상황으로 취약 부문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정책적 완화는 필요하다"며 "현재 발표된 규모나 설계를 보면 물가 압력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해외 자산 보유 현황과 관련해서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소상하게 설명하겠다"고 말했다.
신 후보자는 옥스퍼드대와 프린스턴대 교수를 거쳐 BIS 경제자문역을 지낸 거시경제·금융 전문가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금융자문위원과 국제통화기금(IMF) 상주학자, 이명박 정부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 등을 역임했다. 2014년 BIS 경제자문역에 미국·유럽 외 출신으로는 처음 임명됐다.
대통령실은 지난 22일 신 후보자를 지명하며 "국제금융·거시경제 분야의 권위자로 대외 불확실성 속에서 물가 안정과 성장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적임자"라고 밝혔다. 국회는 조만간 인사청문회 일정을 확정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