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증권거래세 대신 양도소득세를 매기는 방향으로 과세 체계를 개편할 필요성을 언급하면서 도입이 무산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가 부활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제1차 국민경제자문회의 전체회의'에서 "거래세는 손해를 보든 이익을 보든 다 내는 것이어서 문제가 있다"며 "돈 못 버는 사람도 다 내는 역진성이 있어 언젠가는 거래세와 양도소득세를 같은 수준에서 바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주식 투자로 실제 수익을 거둔 사람만 그 양도 차익에 세금을 물리는 게 합당하단 의미로 풀이된다.
현재 국내주식의 경우 소액주주가 보유한 상장주식의 양도 차익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비과세하고 있다. 예외적으로 소액주주가 상장주식을 장외에서 거래하거나 상장법인 대주주의 양도 차익에 대해서만 양도소득세를 매긴다. 여기서 대주주 기준은 50억원 이상이어서 대다수 개인투자자들은 양도소득세를 안 낸다.
반대로 투자자들은 수익을 얻지 못했더라도 주식 매수·매도 시 증권거래세를 내야 한다. 증권거래세는 양도 차익이 아닌 양도가액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주식 투자자들 사이에선 손실을 보더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불만이 컸다.
증권거래세는 정부가 도입하려던 금투세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금투세는 주식·채권·펀드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이익이 연 5000만원을 넘을 경우 초과분의 20%(3억원 초과분은 25%)를 투자자에 물리는 세금이다.
당초 정부는 2023년 금투세를 도입할 예정이었지만, 여야 합의에 따라 시행이 2025년으로 한차례 유예됐다. 대신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이후 윤석열정부에서 금투세 폐지 방침을 밝혔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부자감세'라며 반발했지만, 금투세 시행을 두 달 여 앞두고 폐지에 동의했다. 당시 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은 "(금투세 시행을)강행하는 게 맞겠지만 현재 대한민국 주식시장이 너무 어렵다"며 "정부·여당이 주장하는 금투세 폐지안에 동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투세 도입은 없던 일이 됐다. 이 과정에서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 인하했던 증권거래세율도 되돌려졌다. 실제 올해 1월부터 코스피 증권거래세율은 0%에서 0.05%(농어촌 특별세 0.15% 별도)로 올랐고, 코스닥은 0.15%에서 0.20%로 상향됐다.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올해 2월까지 증권거래세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증가한 1조3000억원이다. 증가율만 따지면 372.2%에 이른다. 물론 증시 호황에 따른 영향이 크지만, 여기에는 손실을 봤는데도 주식을 판 사람들의 세금도 포함된다.
결국 수익을 얻은 사람들에 한해 증권거래세와 같은 수준의 세 부담을 양도소득세로 전환해 물리는 방식의 개편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대통령이 '언젠가는'이란 단서를 달았듯, 당장 주식 과세체계 개편 작업이 이뤄질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이 대통령 동의로 금투세 도입이 없던 일이 된 게 불과 17개월 전이기도 하다.
아울러 이 대통령은 소액투자자를 위한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장기보유 세제 혜택 필요성도 언급했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돈을 자본시장으로 돌려 부동산 시장을 안정시키고 주식시장을 활성화하겠단 취지다. 이를 통해 국민들의 노후 자금 마련과 생계비 추가 확보를 돕자는 것이다.
이와 관련, 정부는 '생산적 금융 ISA(개인종합관리계좌)' 출시를 준비 중이다. 생산적 금융 ISA는 주식과 펀드, 국민성장펀드 등에 장기투자 했을 때 국민성장형 기준 최대 40%의 소득공제와 배당소득 분리과세(9%) 혜택이 주어진다.
특히 이 대통령 언급에 따라 현재 고배당기업 투자 때 적용되는 배당소득 분리과세 혜택을 소액투자자에 한해선 문턱을 추가로 낮출 가능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