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근 중앙노동위원회 위원장이 "개정 노동조합법(노란봉투법)의 취지는 노사가 만나서 대화하라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개정 노조법으로 인해 원청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임금인상이나 직접고용 의무가 발생한다는 것은 과도한 우려라는 지적이다.
박 위원장은 13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개정 노조법은 절차에 관한 것인데 임금인상이나 직접고용과 같은 실체적인 권리 의무가 발생하는 것처럼 잘못 알려져 있다"며 이 같이 밝혔다.
지난달 10일부터 시행된 개정 노조법은 하청 노조가 교섭할 수 있는 범위를 원청까지 확대하고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제한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노동위원회에서는 개정 노조법에 따른 원청의 사용자성 인정 여부나 원청 교섭을 위한 노조 간 교섭단위 분리 여부 등을 판정한다.
박 위원장은 개정 노조법이 절차에 관한 법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원청의 실질적인 지배력이 인정된다면 하청 노조와 만나 교섭을 하라는 것"이라며 "예를들어 하청이 밤에 일하기 힘드니 원청과 같이 일하게 해달라거나, 받는 금액이 너무 적으니 하청에 임금 대가를 더 올려달라는 요구 등이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산업안전은 일하는 과정에서 원하청 관계 없이 원청의 책임이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산업안전에 관해 교섭해야 한다고 해서 임금인상이나 직접고용도 하라는 노동위 판정이 나온 것은 하나도 없다"고 강조했다. 사용자성이 인정된다 해도 해당 사안에 대해서만 교섭이 가능하지 다른 의제에 대한 교섭의무는 없다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개정 노조법 시행 한 달 동안 상황에 대해 "순탄하게 잘 진행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개정 노조법 시행으로 노사 간 분쟁이 격화하는 등 현장 혼란이 가중될 우려가 제기되고 있지만 이는 과도한 우려라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하청 노조의 임금인상이나 직접고용 등의 제기가 있을 수 있다는 경영계의 우려에 대해서는 저도 동의한다"면서도 "아직은 본격적으로 경영계의 우려가 나타난 상황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한 달 정도 지나면 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들이 더 나올 것"이라며 "다음주부터 (사용자성 판단 관련) 사건들이 많이 들어올텐데 그때 보면 (개정 노조법의) 현상들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앙노동위에 따르면 개정 노조법 시행 이후 지난 10일 까지 한 달 동안 1012개 하청 노조·지부·지회에서 372개 원청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했다. 원청의 사용자성 관련 노동위에 접수된 사건은 총 294건이며 이 중 취하 종결이 197건으로 가장 많았고 사용자성 인정 19건, 기각 8건으로 나타났다.
지방노동위마다 판정이 달라 일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박 위원장은 "각 하청 노조마다 사안이 달라 판정이 다르게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경북지방노동위는 포스코 하청 노조가 제기한 교섭단위 분리 요구에 대해 분리를 결정했다. 하지만 서울지방노동위는 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에 대한 하청 노조의 교섭단위 분리 요구를 기각하면서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박 위원장은 "제가 이해하기로 포스코의 경우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입장이 다르다보니 분리해서 교섭하는 게 맞다고 판정했을 것"이라며 "쿠팡은 심야 노동 관련 의제인데 교섭분리보다는 같이 교섭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으로 기각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박 위원장은 개정 노조법 이행 과정에서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책임감을 갖고 교섭에 임해야 한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 위원장은 "회사가 하청이나 간접고용을 활용하는 것은 노동법의 적용을 안 받고 남의 인력을 쓰겠다는 것"이라며 "경영계는 사용자성을 인정하면 불법파견에 책임을 지거나 임금인상, 직접고용까지 엮이게 될 것이란 우려 때문에 대화에 응하지 않은 것인데 이는 잘못된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계에서도 과하게 주장하는 내용이 많다"며 "개정 노조법에 대해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너무 많은 주장을 하고 있는데 노동위에서 경영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모든 주장에 대해 다 인정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특정 의제에 대한 교섭권만 인정한다 해도 우회적인 방식으로 다른 의제까지 교섭 테이블에 올라올 가능성은 여전하다. 가령 산업안전에 대해 사용자성이 인정될 경우 원청 기업과 하청 노조는 산업안전에 관한 의제만 다룰 수 있지만 노조측에서 산업안전 관련 추가 수당 신설 등을 요구하게 되면 이는 사실상 임금인상 의제가 된다.
박 위원장은 이에 대해 "노동위는 수당을 줘라 마라, 직접고용을 하라 마라는 등의 판정을 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만 의제와 관련이 있다면 수당 등에 관한 것도 대화는 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간담회 내내 노동 취약계층인 하청 노조에 대한 고려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하청 노동자들의 꿈은 원청에 고용되거나 원청으로부터 사람 대접을 받는 것"이라며 "하지만 지금까지는 법리적인 계약 관계가 없다는 이유만으로 외면당해 왔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청 노조를 대변하는 조직도 없다. 양대 노총은 정규직의 이익을 위해 활동하지 하청을 대변하지 않는다"며 " 기본적으로 약자를 위하는 것이 언론과 노동조합과 사람들이 해야 될 일"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