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성장·환율 삼중고…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방점

최민경 기자
2026.04.22 04:03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 취임
임기초 고난도 금융환경 직면, 급한 방향 전환보다 '관망'
싱크탱크형 중앙은행 가능성… 시장과 양방향 소통 강조

신현송 신임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1일 취임하며 임기 초부터 물가·성장·환율을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고난도 통화정책 환경에 직면하게 됐다. 중동전쟁으로 물가상승 압력이 커지고 성장둔화 우려까지 겹친 상황에서 신 총재는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통해 물가·금융안정을 도모하겠다는 방침이다.

신 총재는 이날 취임사에서 "중동전쟁 이후 국제유가 상승으로 물가 상방압력과 경기 하방압력이 동시에 증대됐다"며 "금융시장의 높은 변동성과 금융 불균형 누증 위험도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선 사실상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상승) 초입 국면에 가깝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에 신 총재 체제 초반 통화정책은 성급한 방향전환보다는 관망과 조건부 대응 중심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신 총재는 이날도 "신중하고 유연한 통화정책 운영"을 강조했다.

신 총재는 이미 인사청문 과정에서 현재 기준금리 2.50%를 사실상 중립금리 추정범위의 중간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현 금리 수준이 경제를 과도하게 누르거나 반대로 지나치게 부양하는 단계는 아니라는 판단으로 추가 인상 필요성에도, 즉각적 인하 필요성에도 모두 거리를 둔 셈이다.

금리동결 기조를 두고도 이를 단순한 소극 대응이 아니라 "전략적 인내"라고 표현했다. 물가압력과 경기상황, 지정학적 리스크, 금융상황, 정책효과 등을 종합적으로 보겠다는 것이다.

외환시장 안정에도 상당한 무게를 둘 것으로 보인다. 신 총재는 인사청문 과정에서 환율상승 배경으로 유가급등과 외국인 자금 흐름, NDF(역외선물환) 수요를 지목하며 "과도한 변동시 대응 필요성"을 언급했다.

물가와 경기 대응뿐만 아니라 △중동전쟁으로 인한 에너지 위기 가능성 △AI(인공지능) 기술로 인한 산업·노동구조 변화 △국내 인구구조 변화 및 양극화 심화 △부동산 시장과 가계부채 문제 등 구조적 문제도 한은이 고려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신 총재는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정책과제로 △통화정책 유효성 제고 △금융안정 대응체계 고도화 △원화 국제화 및 지급결제 혁신 △구조개혁 대응 4가지 축을 제시했다.

특히 금융시장 구조변화에 대응해 기존 은행 중심 규제에서 벗어나 비은행·파생상품까지 포괄하는 확장된 금융안정 프레임을 구축하겠다는 점이 눈에 띈다. 외환시장 24시간 개장, 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확대 등은 원화의 글로벌 위상과 직결된 중장기 과제로 제시됐다.

정책 스타일 측면에서는 이창용 전 한은 총재와 마찬가지로 연구·정책·국제 담론을 아우르는 싱크탱크형 중앙은행으로 이끌 것으로 보인다. 이 전총재와 가장 다를 것으로 예상된 커뮤니케이션 측면에서도 "시장과의 양방향 소통을 강화하면서 우리 실정에 맞는 커뮤니케이션 방안을 계속 고민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신 총재가 과거 포워드가이던스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보여온 만큼 이 전총재가 도입한 'K점도표'가 폐지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그러나 이날 신 총재는 "한국은 K컬처뿐 아니라 K점도표 등 한국은행의 정책적 경험 면에서도 해외의 주목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사실상 점도표 유지 기조를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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