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전쟁 여파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정부의 물가안정 대책에도 당분간 물가 오름폭은 확대될 전망이다. 반도체 호황으로 저성장 우려가 상쇄되면서 한국은행의 관심도 물가에만 집중되는 모습이다.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 '깜빡이'를 켠 이유다.
유상대 한은 부총재는 6일 물가상황 점검회의에서 "5월 물가는 석유류 가격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는 가운데 농·축·수산물 가격의 기저효과가 더해지면서 오름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4월 물가 상승률은 2.6%다. 재정경제부는 석유 최고가격제 등 물가안정 대책으로 상승률을 1.2%p 끌어내렸다고 분석했다. 중동 전쟁 전 2%대 초반에 머물던 물가 상승률이 정부 대책을 배제할 경우 3%대 후반까지 치솟은 것이다.
한은 분석대로라면 5월 물가는 더 오를 전망이다. 물가 안정이 최우선 목표인 통화정책에도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2024년 10월 기준금리를 0.25%p 낮추며 인하 사이클에 들어갔던 한은도 기조 변화를 사실상 공식화했다.
유 부총재는 지난 3일 우즈베키스탄에서 기자들과 만나 "금리 인하를 멈추고 인상을 고민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유 부총재는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당연직 금통위원을 맡고 있다.
한은은 기준금리를 올려 시장에 풀린 돈을 줄이는 방식으로 물가 상방 압력에 맞선다. 반면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기가 위축될 수 있다. 하지만 1분기 성장률이 한은 전망치(0.9%)의 두 배에 가까운 1.7%를 기록하며 통화 정책에 여력이 생겼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기자들과 만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을 두고 "금리는 금통위가 경제 상황과 시장 여건을 반영해 결정할 사안"이라며 "한은에서 여러 가지 시장 모니터링과 경제 상황을 보고 판단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음 금통위는 오는 28일에 열린다. 이번 금통위는 신현송 한은 총재가 처음 주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