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는 투기 대상이 아니라 농업 생산의 기반입니다. 전수조사를 통해 농지가 농업인을 위한 자산으로 기능하도록 하겠습니다."
윤원습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관은 7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농지 이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정책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다"며 "전수조사로 확보한 데이터를 청년농 지원과 농업 규모화 등 농업 정책 전반에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헌정사상 첫 농지 전수조사가 이달 18일 첫발을 뗀다. 1949년 농지개혁 이후 처음 시행되는 전면 실태조사다. 농지 투기는 수차례 사회적 논란을 불러왔지만 관리는 사각지대에 머물러 있었다. 기존 조사는 주로 '위험군' 중심으로 진행돼 전체 농지의 약 10%만 점검하는 데 그쳤다.
이번 조사는 투기성 농지 이용을 적발하는 동시에 농지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작업이다. 윤 정책관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농지 가격이 과도하게 높다는 지적이 있다"며 "전수조사를 통해 전체 농지 이용 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정책을 정밀하게 설계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올해 농지 115만ha 전수조사…농지 가격 왜곡 심화"
수십년간 유지돼 온 농지 관리 체계를 전면 점검하는 배경에는 농지 가격 왜곡에 대한 우려가 깔려 있다. 윤 정책관은 "농지가 시세차익을 노린 투자 수단으로 활용되면서 경자유전(耕者有田) 원칙이 훼손되고 있다"며 "청년농과 귀농인의 농지 접근성도 크게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2025년 기준 농지 평균 실거래가는 평당 17만7000원으로 2021년 이후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지역 간 격차는 여전히 크다. 경기도는 평당 60만7000원으로 전남(8만2000원)의 7배를 웃돈다.
조사는 농지법 시행 시점을 기준으로 2단계로 나눠 진행된다. 정부는 올해 1단계로 기존 예산 83억원과 추가경정예산 588억원을 투입해 1996년 이후 취득 농지를 점검한다. 내년에는 1996년 이전 취득 농지까지 조사 범위를 확대해 전체 농지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할 계획이다.
올해 조사 대상은 약 115만ha다. 윤 정책관은 "이번 조사는 농지 투기를 근절하겠다는 정부 의지를 보여주는 작업"이라며 "투기가 우려되는 지역은 대부분 토지거래허가구역과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고 말했다.
5월부터 7월까지는 행정데이터와 드론·위성사진,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기본조사를 실시한다. 이후 8월부터 12월까지 수도권 전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 농업법인·외국인 소유 농지 등을 대상으로 심층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정부는 관계부처 합동 추진단을 구성하고 약 5000명의 조사 인력을 투입한다. 특별사법경찰 활용과 농지 관리 전담 기구 도입도 추진된다. 조사원의 토지 출입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의 농지법 개정도 진행 중이다.
◆"농지, 다시 농업인에게…관리체계 전면 전환"
정부는 이번 전수조사를 계기로 농지 관리 체계를 투기 차단 중심으로 대폭 손질한다. 아울러 조사 과정에서 농지법 위반이 확인되면 처분명령과 이행강제금 부과 등 강도 높은 조치가 뒤따르게 된다.
현행 제도는 일정 기간 성실 경작을 하면 처분이 유예되는 구조지만, 앞으로는 이행강제금을 강화해 신속한 매각을 유도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검토된다.
윤 정책관은 "현행 제도는 위법이 확인되더라도 실제 경작이 이뤄지면 처분이 유예되는 구조라 투기로 악용될 여지가 있다"며 "실제 처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집행력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위반 등 즉시 처분 대상도 확대된다. 신고포상금 상한 확대와 농지보전부담금·관련 세제 정비도 함께 추진된다. 일부 유휴농지는 햇빛소득마을 등 공익적 활용 모델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이와 함께 보완 장치도 마련된다. 정부는 경미한 위반 사항에 대해서는 5월부터 7월까지 사전 정비 기간을 운영해 자발적인 시정을 유도할 계획이다.
윤 정책관은 "이번 전수조사는 일회성 점검에 그치지 않고 농지 관리 체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출발점"이라며 "농지가 다시 농업인을 위한 생산 기반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지속적으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