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환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이 퇴임을 하루 앞두고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지금은 금리 인하를 논하기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며 최근 중동발 유가 급등에 따른 물가 압력을 강하게 경고했다.
그동안 '슈퍼 비둘기'로 불리며 금리 인하 소수의견을 반복적으로 냈던 신 위원이 사실상 긴축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신 위원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퇴임 기자간담회에서 "현재는 물가에 대한 압력이 굉장히 크고 미래 물가 불확실성도 상당하다"며 "저 같으면 물가에 대한 우려가 꽤 있는 상황이라고 해석하겠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국제유가 흐름을 가장 큰 변수로 꼽았다. 그는 "당초에는 올해 말 유가가 배럴당 70달러 수준으로 안정될 것으로 봤지만 지금 상황으로 보면 90달러 수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면 생산자들이 비용 상승을 흡수하기 어려워지고 결국 2차 물가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위원은 지난 2022년 7월 금통위에 합류한 이후 총 30차례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 참여했다. 이 과정에서 총 6차례 소수의견을 냈으며 이 중 5차례는 금리 인하 의견이었다.
그는 당시 인하 소수의견 배경에 대해 "한국 경제의 양극화 구조 속에서 헤드라인 성장률 숫자만으로 경기를 판단하기 어려웠다"며 "경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실물경제 부문이 장기간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물가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완화가 필요하다고 봤다"고 설명했다.
금통위 참여 과정에서 아쉬움으로는 "지난해 8월 정도 한번 금리를 내릴 수 있었을 때 좀 더 강력하게 내리자고 주장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현재 상황은 과거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당시에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전제 아래 인하 의견을 냈던 것"이라며 "지금처럼 물가가 목표치(2%)를 상회할 가능성이 커진 상황에서는 성장과 상충하더라도 물가 안정에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신 위원은 한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로 '양극화'와 금융시장 '쏠림 현상'을 반복적으로 언급했다. 한국의 높은 순저축률과 부동산 문제에 대해서도 "가난하게 살다가 부자로 죽는 시스템"이라며 문제를 제기했다.
신 위원은 "지금처럼 경제가 성장률이 엄청나게 높은 상황이 지속돼도 민간 소비 증가율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며 "저축 시스템을 더 효율적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집이라는 것도 사입해서 원리금을 받는 일종의 저축"이라며 "허덕이면서 노후 생활 하다가 집이라는 큰 재산을 남겨놓고 떠나는 형국이 된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원/달러 환율 흐름과 관련해선 "금리 역전 영향도 있지만 현재 환율은 지나치게 저평가된 측면이 있다"며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 투자 수요 급증이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이어 "여러 흐름을 보면 환율은 지금보다는 하향 안정화 방향으로 가지 않겠느냐"고 전망했다.
그는 한국 금융시장의 국제화 과정에서 정책 대응 수단 확충 필요성도 강조했다. "고성능 자동차가 되려면 브레이크와 에어백도 좋아져야 한다"며 "국제 금융시장과 연결이 강해질수록 쏠림 현상에 대응할 수 있는 안정 장치와 컨틴전시 플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행의 포워드 가이던스 정책에 대해서는 "중앙은행이 생각하는 미래와 시장이 생각하는 미래의 괴리를 줄이는 역할을 했다"며 "정책 충격을 부드럽게 흡수시키는 데 일정 부분 성과가 있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