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동운동이 '정치적 목적'을 내세우기 보다 '철저한 실리주의'와 '공정성'을 따지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3일 노동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동조합은 이러한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삼성전자 노조가 정치적 구호보다는 개인의 정당한 몫을 쟁취하기 위해 재무제표와 데이터를 들고 협상 테이블에 앉는다고 진단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최근엔 기업의 영업이익의 일정부분을 노조가 성과급으로 가져야 한다는 요구가 봇물을 이룬다. 삼성전자 노조는 영업이익 15% 수준의 성과급 지급과 상한 폐지 등을 요구한다.
그러나 사측이 이러한 요구를 거부하자 오는 21일 총파업 강행을 예고했다. 노조 측은 파업으로 인한 손실이 20조~30조원에 달할 것이라고 자체 추산하면서 사측을 압박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노조에서는 내부 갈등도 분출되고 있다. 사업부별 실적에 따라 성과급 규모가 갈리면서 같은 회사 내에서도 "왜 우리가 저 부서와 같은 대우를 받아야 하느냐" 혹은 "우리는 왜 적게 받느냐"는 갈등이 터져 나온다. 새로운 형태의 '노노(勞勞) 갈등'으로 철저하게 개인적 이익을 따지는 방식으로 노조 활동이 변모하고 있다는 평가다.
LG유플러스와 HD현대중공업 역시 삼성전자 노조와 유사한 요구를 내놓는다. LG유플러스 노조도 영업이익 30%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고 요구한다. HD현대중공업 노조 역시 올해 임단협 요구안에 영업이익 30% 성과 공유 등을 담았다. "기술 혁신의 과실(영업이익)을 노동자가 공유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영업이익의 20%를 성과급 재원으로 마련하자는 노조 요구를 사측이 받아들이지 않자 지난 1~5일 파업을 시행했다. 이후 준법 투쟁을 지속하면서 사측을 지속 압박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 노조 역시 임단협에서 성과급으로 지난해 순이익의 30%를 요구한 상황이다.
경영계는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성과급으로 지출할 경우,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R&D)과 설비 투자 재원이 잠식될 것을 우려한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의 보상 방식과도 차이가 있다. 글로벌 빅테크들은 영업이익 연동 성과급을 정하지 않는 대신 주식 보상을 제도화하는 방식으로 보상을 강화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기본급 인상이 주를 이뤘다면 최근 들어서는 영업이익을 직접 나누자는 요구로 바뀌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경영에 참여하려는 시도"라고 지적했다.
공정한 보상과 함께 인공지능(AI)의 도입과 기술적의 변화에 따른 생존도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 노조가 노동 해방과 정권 퇴진 등 정치적 구호를 강조했다면 최근엔 '정년 연장'과 'AI 도입 시 고용 보장' 등 실질적 생존권에 집중하는 '실리형 강성'으로 진화하고 있다.
노동 관련 전문가는 "한국 노동운동 지형이 이데올로기적 연대에서 개별적 공정성으로 이동하고 있다"며 "이는 단순한 임금 인상을 넘어 한국 사회의 '성공과 분배의 정의'가 바뀌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