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평양 희토류' 찾아내 한국으로...손으로 직접 갈며 분석 초집중 [르포]

'서태평양 희토류' 찾아내 한국으로...손으로 직접 갈며 분석 초집중 [르포]

대전=박건희 기자
2026.05.13 12:00

[르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서태평양 희토류 연구 현장
국내 유일 광물자원 전주기 연구기관
1월 서태평양서 2000ppm 고농도 희토류 확인…한국 들여와 분석 작업
국제 규정 따라 탐사권·채굴권 따낼 수도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코어센터 내 시료 보관실. 1년 내내 4도(℃)의 저온을 유지하는 냉장고다. 이곳에 연구팀이 10여년간 국내외에서 수집해 온 해저코어가 보관돼 있다. 빨간색 박스는 '워킹 코어'로 실제 연구에 분석하는 샘플이다. /사진=박건희 기자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코어센터 내 시료 보관실. 1년 내내 4도(℃)의 저온을 유지하는 냉장고다. 이곳에 연구팀이 10여년간 국내외에서 수집해 온 해저코어가 보관돼 있다. 빨간색 박스는 '워킹 코어'로 실제 연구에 분석하는 샘플이다. /사진=박건희 기자

"여기가 일 년 내내 에어컨이 꺼지지 않는 곳입니다. 생각보다 더 춥죠?"

사계절 내내 온도 4도(℃), 습도 70%를 유지하는 거대 저온 냉장고가 있다. 국내외 해양에서 수집한 해저코어가 보관된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해저코어센터 시료보관실이다.

12일 대전 유성구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본원 해저코어센터에서 김윤미 해저지질연구센터장은 시료보관실의 문을 열며 "연중 내내 최적의 환경 조건을 유지하는 장소"라며 "이곳에 서태평양에서 가져온 희토류 샘플이 보관돼 있다"고 했다.

2010년 설립된 해저코어센터에는 지질자원연 물론 전국 대학, 연구소 등에서 맡긴 해저코어 수천 개가 보관 중이다. 해저코어는 원기둥 모양의 통으로, 그 안에 해저에서 채취한 시료가 담겨 있다. 해저 바닥에는 지구의 시간에 따라 쌓인 각종 흙과 미생물 사체가 있고 그 가운데 이차전지의 원료인 희토류를 비롯해 석유, 가스가 매장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 규명하려면 시료를 채취해 성분을 분석해야 한다.

희토류 샘플은 건조 뒤  고운 가루로 만들어 분석 센터로 보낸다. 해저코어센터에서 2025년 서태평양 공해에서 시추를 통해 확보한 시료를 직접 갈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박건희 기자
희토류 샘플은 건조 뒤 고운 가루로 만들어 분석 센터로 보낸다. 해저코어센터에서 2025년 서태평양 공해에서 시추를 통해 확보한 시료를 직접 갈고 있는 연구원들의 모습. /사진=박건희 기자

탐사단은 배를 타고 바다로 나아가 사전 조사로 알아낸 특정 지점에 '코어러'라는 특수 장비를 수직으로 꽂아 시료를 채취한다. 장비를 꽂고 다시 건지는 데만 하루 반나절 이상 걸린다.

지난해 우리나라 최첨단 물리탐사 연구선 '탐해 3호'를 타고 서태평양으로 떠난 김 센터장 연구팀은 서태평양 공해 수심 5800m(미터) 지점에서 평균 2000ppm 이상의 희토류를 발견했다. 지구 지각에 존재하는 평균 희토류 농도보다 약 10배 정도 높은 수준으로 지질학적 관점에서 '고농도 희토류'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현재 이 희토류의 정확한 성분과 농도를 알아내기 위한 후속 분석 작업 중이다. 이날 해저코어센터 내 연구실에도 서태평양에서 가져온 희토류 해저코어가 약 1m 길이로 절단된 채 작업을 기다리고 있었다. 옆쪽에서는 이미 건조를 마친 희토류 샘플을 2~3명의 연구원이 직접 손으로 곱게 갈고 있었다. 한 연구원은 "기계로 갈아도 되지만, 시료가 덜 손상되도록 하기 위해 직접 사람이 섬세하게 작업한다"고 했다. 이렇게 작업한 샘플은 약통만 한 크기의 병에 담아 분석실로 보낸다.

서태평양 수심 5800m에서 시추한 퇴적물(맨 왼쪽), 우리나라 동해에서 시추한 퇴적물(맨 오른쪽). 서태평양은 동해보다 훨씬 깊은 바다여서 유기물이 많이 없고, 이 때문에 산화 현상이 활발하지 않다. 서태평양 퇴적물의 색깔이 비교적 붉은 이유다. /사진=박건희 기자
서태평양 수심 5800m에서 시추한 퇴적물(맨 왼쪽), 우리나라 동해에서 시추한 퇴적물(맨 오른쪽). 서태평양은 동해보다 훨씬 깊은 바다여서 유기물이 많이 없고, 이 때문에 산화 현상이 활발하지 않다. 서태평양 퇴적물의 색깔이 비교적 붉은 이유다. /사진=박건희 기자

서태평양 심해에서 건진 퇴적물을 우리나라 동해에서 건진 퇴적물과 나란히 놓고 비교하면, 색이 유난히 붉다. 김 센터장은 "희토류 농도가 2000ppm 이상으로 짙기 때문"이라며 "이는 일본이 개발 중인 미나미토리시마 광상의 농도와 매우 유사한 값"이라고 했다. 미나미토리시마는 일본 동쪽의 섬으로 배타적경제수역(EEZ)에 속한다. 이곳에 약 1600만톤(t) 이상의 희토류가 포함된 퇴적층이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이 지역 희토류를 확보하기 위한 채광 실증에 나선 상태다.

우리나라가 희토류 부존을 확인한 서태평양은 모든 국가가 공유하는 공해다. 자원이 발견되더라도 배타적인 탐사 및 개발 활동을 할 수 없다는 뜻이다. 다만 방법은 있다. 유엔 해양법에 따라 국제해저기구(ISA)로부터 일종의 탐사 우선권을 받으면 된다. 이때 필요한 게 기술력이다. 실제 탐사 수행 능력과 데이터 수집 능력을 평가받는 것이다.

권이균 지질자원연 원장은 "탐사 데이터가 축적되면 국제기구에 한국의 탐사권을 요청할 수 있고 이후 실적에 따라 채굴권까지 요청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지금부터 착실히 절차를 밟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질자원연은 올해 자원 공급망을 다각화하기 위해 친환경·저탄소 희토류 재활용 기술, 달 남극 자원 추출 핵심기술 개발 등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권 원장은 "축적된 지질·자원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국가가 필요로 하는 전략기술 확보와 공공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겠다"고 했다.

권이균 지질자원연 원장이 12일 열린 2026년 지질자원연 미디어데이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권이균 지질자원연 원장이 12일 열린 2026년 지질자원연 미디어데이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질자원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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