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 기금 조성? 교육교부금 논란? …초과 세수 둘러싼 '동상이몽'

세종=정현수 기자
2026.05.17 06:30

[반도체發 초과세수]③대규모 초과 세수 예상되면서 초과 세수 다양한 활용법 제기

[편집자주]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라 세금이 예상보다 더 걷힐 전망이다. 초과 세수는 늘 논쟁적인 주제였다.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은 이 문제를 수면 위로 다시 끌어올렸다. 초과 세수 현황과 쟁점 등을 살펴본다.
연도별 국세 수입 현황/그래픽=윤선정

초과 세수는 논쟁적인 주제다. 국가 가계부의 근간을 흔드는 세수 오차가 발생했다는 기술적인 문제와 초과 세수를 어디에 쓸 것인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맞물려서다. 하지만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꺼내 든 초과 세수 논의는 결이 조금 다르다.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세수 오차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는 많지 않다. 대신 예상보다 더 걷힌 세금을 누구에게, 어떤 방식으로 지급할 것이냐 하는 '배분의 원칙'이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초과 세수가 뭐길래?

초과 세수를 이해하기 위해선 예산 편성 구조부터 살펴봐야 한다. 정부는 매년 9월 이듬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는데, 이때 '쓸 돈'인 세출 예산안과 '거둘 돈'인 세입 예산안을 함께 마련한다.

문제는 이듬해 세금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정부는 성장률과 기업 실적 등을 토대로 이듬해 세입 규모를 추산한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경기 변동 등에 따라 실제 세수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흔히 세입 예산안보다 세금이 덜 걷히면 세수 결손이라고 부른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본예산 기준으로 3년 연속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세수 결손이 발생하면 지출을 유지하기 위해 국가의 빚인 국채를 발행하는 게 정공법이다.

반대로 세입 예산안보다 세금이 더 걷히면 초과 세수가 발생한다. 국가재정법상 공식 명칭은 '초과 국세수입'이다. 국가 예산은 사용처까지 미리 정해 편성하기 때문에 예상보다 더 들어온 세금은 '남는 돈'이 된다.

더 걷힌 세금은 어떻게?

국가재정법은 초과 세수 활용법을 규정한다. 초과 세수가 발생하면 국채 상환, 지방교부세·지방교육재정교부금 정산(이하 교부세·교부금), 공적자금상환기금 출연, 채무 상환, 추가경정(추경) 예산 편성 등에 활용한다.

초과 세수 규모가 큰 경우 추경 재원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았다. 2021년(61조4000억원)과 2022년(52조5000억원)에 발생한 대규모 초과 세수 때도 그랬다. 당시 감염병 사태로 추가 지출 수요가 많았다.

연도별 세수 오차 현황/그래픽=김다나

하지만 추경 예산은 일시적인 예산이라는 점에서 김 실장의 제안처럼 다양한 사업에 연속성 있게 활용하는 건 불가능하다. 김 실장은 초과 세수 활용법으로 청년 창업 자산, 농어촌 기본소득, 예술인 지원, 노령연금 강화 등을 제시했다.

이런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김 실장이 단순히 초과 세수로 이런 사업을 활용하자고 제안했을 가능성은 높지 않다. 여기서 언급한 초과 세수는 세입 예산과 무관하게 반도체 슈퍼사이클에 따라 늘어날 세수를 통칭한 것으로 추정된다.

초과 세수, 왜 매번 논쟁?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 논란도 다시 재연되는 모습이다.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은 각각 내국세의 19.24%, 20.79%로 자동 배정된다.

초과 세수가 발생할 때도 마찬가지다. 초과 세수의 약 40%는 지방교부세와 교육교부금으로 배정된다. 특히 재정 당국이 올해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교육교부금의 경우 초과 세수가 발생할 때마다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교육교부금은 유·초·중·고 학생들을 위해서만 쓸 수 있는 '칸막이 예산'이다. 학생 수가 줄고 있는 상황에서 2021년과 2022년에는 초과 세수로만 10조원 이상의 교육교부금이 추가로 배정됐다. 이번에도 늘어난 세금의 20%는 무조건 교육교부금 몫이다.

일각에선 세수 오차에 대응하기 위한 완충 기금의 필요성도 제기한다. 미국 주정부는 경기 호황기에 여유 재원을 적립해 침체기에 활용하는 불황대비기금(Rainy Day Funds)을 운용하고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은 "세수 활용 방안으로는 빚을 줄일 수도 있고 잠재성장률 제고, 경제구조 개혁을 위해서 쓸 수도 있고 경기 부양을 위해 쓸 수도 있을 것인데 (현재) 경기 부양을 위한 필요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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