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조정권 카드까지 꺼냈다"…정부, 삼성전자 파업 저지 총력전

최민경 기자
2026.05.17 15:24
김민석 국무총리(사진 가운데)가 1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삼성전자 파업 관련 대국민 담화를 발표하기 위해 브리핑실로 향하고 있다./사진제공=뉴시스

삼성전자 노조의 총파업 예고일이 불과 나흘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김민석 국무총리가 '긴급조정'을 재차 언급한 배경엔 반도체 생산라인만은 멈춰 세울 수 없다는 정부의 절박감이 깔려있다. 정부는 이번 사안을 '국가 핵심 산업 위기'로 판단하고 산업·노동·총리실·청와대 라인을 총동원해 압박과 중재를 병행하며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김 총리는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파업으로 국민 경제에 막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정부는 국민 경제 보호를 위해 긴급 조정을 포함한 가능한 한 모든 대응 수단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혔다.

지난 14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SNS(소셜미디어)를 통해 밝힌 이후 정부에서 나온 두번째 '긴급조정권' 언급이다. 긴급조정권은 노동관계조정법상 국가 경제나 국민 생활에 중대한 위험이 예상될 경우 노동부 장관이 발동할 수 있는 제도다. 발동 시 노조는 30일간 파업 등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중노위)는 강제 조정·중재 절차에 착수하고, 중재 결과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

정부가 사실상 최후의 카드인 긴급조정 카드를 또다시 거론한 것은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 차질을 국가 경제 차원의 리스크로 보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자동차·조선 등 다른 제조업과 달리 초정밀 공정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가동 중단 시 웨이퍼를 전량 폐기해야 할 가능성이 크고, 정상화에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다.

김 총리가 이날 "단 하루만 생산이 멈춰도 최대 1조 원의 직접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웨이퍼 폐기가 현실화되면 피해가 최대 100조 원에 이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총리는 글로벌 고객사 이탈과 시장 점유율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같이 제기했다.

오는 18일 열리는 중노위 2차 사후조정 회의가 마지막 중재 시도가 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부는 전방위 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보인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15일 삼성전자 과반 노조 지도부를 면담하고 16일 삼성전자 경영진과 만나 이견 조율에 나섰다. 청와대 역시 "삼성전자 노사가 파업에 이르지 않고 현명하게 갈등을 해결하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부 안팎에선 2차 사후조정 회의마저 결렬될 경우 긴급조정권 검토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정부가 국가 경제 전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판단을 공개적으로 밝힌 만큼, 실제 파업 돌입 시 법적·행정적 대응 수위 역시 급격히 높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노동3권 제한 논란 때문에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돼 왔던 긴급조정권이 발동될 경우 2005년 이후 21년 만이다. 1963년 제도 도입 이후 대한조선공사(1969년), 현대그룹(1993년), 아시아나항공·대한항공(2005년) 등 단 4차례만 발동됐다. 노동계 반발도 거센 상황이어서 정부로서도 상당한 정치적 부담을 안고 꺼내는 최후 카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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