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수출 9244억불' 사상 최대 전망…"반도체 착시, 미래 준비해야"

세종=조규희 기자
2026.05.26 15:05
(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 8일 경기 평택시 포승읍 평택항에 수출용 컨테이너가 쌓여있다. 이날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6년 3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 3월 경상수지는 373억 3000만 달러 흑자로 집계됐다. 흑자 규모는 지난 2월(231억 9000만 달러)보다 141억 4000만 달러 늘어 역대 최대 규모를 두 달 연속 경신했으며, 35개월 연속 흑자 행진도 이어갔다. 2026.5.8/뉴스1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평택=뉴스1) 김영운 기자

올해 우리나라 연간 수출액이 사상 처음으로 92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역대 최대 규모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글로벌 인공지능(AI) 특수로 인한 반도체 호황이 대한민국 경제를 강력히 견인하고 있다.

다만 화려한 성적표의 실상은 반도체 생산 물량 확대 보다는 단가 폭등에 기인한 가격 효과라는 분석도 나온다. 전통 주력 제조업과의 양극화가 갈수록 심각해져 수출 착시를 경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산업연구원(KIET)이 26일 발표한 '2026년 하반기 경제·산업 전망'에 따르면 올해 통관 수출액은 전년 대비 30.3% 증가한 9244억 달러, 수입액은 11.6% 늘어난 7054억 달러로 추산됐다. 연간 무역수지는 2190억 달러라는 전무후무한 수준의 흑자를 달성할 전망이다. 수출규모 기준 미국, 독일 등에 이어 5위권 안에 안착할 수 있는 수치다.

이에 따라 연간 실질 경제성장률(GDP) 전망치 역시 예상을 크게 웃도는 2.5% 내외로 상향 제시됐다. 상반기 예상을 뛰어넘은 반도체 상승세가 중동 전쟁 장기화 리스크(GDP 0.4~0.5%p 감소 효과)를 상쇄하며 거시경제의 판을 키웠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최근 시장에서 낸드플래시와 D램의 단가 증가율은 전년 대비 400~800%에 달했다. 다만 우리나라의 반도체 수출 금액 증가율은 175~200% 수준에 머물렀다. 단가 상승폭에 비해 수출액 증가가 미치지 못했다는 것은 실질적인 생산 물량이 그만큼 뒷받침되지 못했음을 방증한다.

권남훈 산업연 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통해 "이번 실적의 상당 부분은 물량이 아닌 가격 효과에 기인한다"며 "단기적인 보너스 효과일 뿐이며 수출과 무역수지의 역대 최고 실적 전망에만 도취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산업 간 양극화(디커플링)도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반도체 수출은 약 3500억 달러로 전체 수출의 35~40%를 홀로 책임지고 있다. 역설적으로 반도체와 정보통신기기(ICT)를 제외하면 나머지 제조업 부문은 사실상 체감 경기가 차갑다.

/자료제공=산업연구원

올해 자동차 수출은 모델 노후화와 대내외 경기 부진 여파로 전년 대비 1.7% 감소할 것으로 보이며 일반기계 역시 미국의 통상 규제 영향으로 1.0% 역성장이 확실시된다. 현재의 호황이 일반 소비자 경기보다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초경쟁적인 AI 서버 투자 확대로만 지탱되고 있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연구원은 내년도 경제 구조의 질적 변화에 대해 경고 메시지도 내놨다. 연구원은 빅테크 기업 간의 AI 주도권 경쟁이 낳은 과다·중복 투자가 조정 국면에 접어드는 시점을 내년 초반으로 전망했다. 반도체 담당 연구원은 "오픈AI를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의 초경쟁이 끝나는 내년 초반부터는 반도체 호황 사이클이 멈추고 다운턴(하강 국면)에 진입할 가능성이 크며 이 시점부터 중국 업체들의 매서운 추격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상 최대 무역흑자 속에서도 환율이 1460원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수출-환율 간 디커플링' 현상에 대한 구조적 분석도 나왔다. 홍성욱 경제동향·전망실장은 "과거에는 수출이 늘면 환율이 떨어지는 것이 정상적인 공식이었으나 최근에는 반대로 가고 있다"며 "중동 분쟁으로 인한 동아시아 리스크와 증시 내 외국인 순매도 영향도 있지만 무엇보다 기업들이 수출로 번 소득을 원화로 환전하지 않고 해외에 유보하거나 직접투자(FDI) 재원으로 바로 활용하면서 수출 증가분이 환율에 녹아들지 못하는 구조적 요인이 크다"고 설명했다.

결국 올해 예상되는 역대급 흑자는 구조조정이 필요한 한계 섹터와 전통 제조업에 일시적으로 시간을 벌어다 준 '착시성 보너스'에 가깝다. 산업연은 고유가와 금리 인하 지연으로 연간 2.2% 수준으로 민간소비 회복이 제약된 상황에서 수출로 벌어들인 대규모 재원이 부동산 등 자산 시장으로 흘러가는 것을 철저히 차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권 원장은 "기업들이 단기 가격 효과로 거둔 수익을 피지컬 AI, 소형모듈원전(SMR), 초전도체 등 미래지향적 선도 산업 분야의 실질적인 기술 설비투자로 재투자하도록 유도하는 선순환 산업 정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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