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은 총재 "인플레 위험 커졌다…금리 경로 예단 어려워"

최민경 기자
2026.05.30 06:15

닐 카시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향후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해 "어떤 선택지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노동시장은 여전히 견조하지만 물가가 목표 수준(2%)으로 복귀할지 확신하기 어려운 만큼 시장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는 경계해야 한다는 취지다.

카시카리 총재는 29일 고려대학교에서 열린 김진일 금융통화위원과의 대담에서 "현재로서는 향후 통화정책 경로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같이 밝혔다.

카시카리 총재는 올해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투표권을 보유한 연준 내 대표적 매파 인사로 꼽힌다. 카시카리 총재는 지난 4월 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에는 찬성했지만, 향후 금리 인하를 시사하는 성명서 문구에 반대하며 소수의견을 냈다.

그는 당시 소수의견을 낸 배경에 대해 "다음 정책 조치가 금리 인하일 가능성이 높다는 신호를 주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인상인지 인하인지 특정 방향을 시사하기보다 어느 쪽에도 신호를 주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발표된 미국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상승률이 3.8%로 높아진 것과 관련해서는 "이란발 충격이 실제로 미국 경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라면서도 "당장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다만 "인플레이션이 더 높아질 위험과 기대인플레이션이 흔들릴 위험에는 더욱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카시카리 총재는 최근 물가 충격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미국의 대기업들은 설령 호르무즈 해협이 내일 완전히 재개방되더라도 공급망이 정상 수준으로 회복되는 데 최소 6개월 이상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며 "최선의 경우에도 인플레이션 영향이 상당 기간 지속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악의 경우 인플레이션이 더 높은 수준에서 장기간 지속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번 충격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당시와 단순 비교하기 어렵다고도 평가했다. 당시에는 인플레이션이 나타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지만 지금은 미국이 이미 5년 동안 높은 물가를 경험한 상태라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 기대가 고착화될 위험이 있다"며 공급 충격을 단순히 일시적 현상으로 넘겨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내놨다. 카시카리 총재는 "미국 노동시장은 놀라울 정도로 잘 버티고 있다"며 "임금 상승세도 점차 둔화되고 있어 물가를 낮추는 힘과 높이는 힘이 동시에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가격의 물가 파급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에 대해서는 "연료비 상승은 운송비를 통해 거의 모든 상품 가격에 영향을 준다"며 "헤드라인 물가 상승이 근원물가로 번지는지를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국 중서부 지역 농가들은 해외산 비료를 많이 사용하는데 비료 가격도 크게 상승했다"며 "인플레이션이 얼마나 지속적일지가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카시카리 총재는 최근 장기금리 상승 배경으로 AI 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그는 "현재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전력·냉각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고 있다"며 "주택시장으로 흘러가던 자본이 데이터센터 투자로 이동하면서 모기지 금리가 높아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화정책이나 재정적자 뿐만 아니라 시장의 자본 재배분 과정이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또 연준의 대표적 포워드가이던스 수단인 점도표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각도 내비쳤다. 그는 "금리를 공격적으로 올리거나 오랫동안 낮게 유지하겠다는 명확한 의도가 있을 때는 유용하지만 그런 시기는 드물다"며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단지 일정에 따라 전망치를 제시하는 것은 그다지 유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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