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또 '금리인상' 신호...신현송 총재 "늦지 않게 올려야"

최민경 기자
2026.06.12 10:00
[서울=뉴시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2026 BOK 국제컨퍼런스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2026.06.01.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12일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성장세가 확대되고 있지만 중동전쟁 장기화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과 수도권 집값·가계부채 리스크가 커진 만큼 통화정책의 우선순위를 물가 안정에 둬야 한다는 판단이다.

신 총재는 이날 한국은행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 "현재 성장·물가·금융안정 상황은 통화정책 측면에서 비교적 명확하게 한 방향을 가리키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최근 우리 경제가 중동 상황과 관련한 높은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인공지능(AI) 확산에 따른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성장세가 크게 확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전기 대비 1.8%로 예상치를 크게 웃돌았다. 반도체 가격 상승에 따른 교역조건 개선 영향으로 명목 성장률은 전기 대비 10.5%를 기록하며 50년 만에 가장 높았다.

신 총재는 "반도체 경기 호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명목 GDP 증가에 따른 세수 확충과 소득 개선, 투자 확대 등으로 내수도 회복되면서 견조한 성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성장의 IT(정보기술) 부문 의존도가 커 부문 간 격차가 여전한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물가 상승 압력은 한층 커졌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동전쟁이 3개월 넘게 이어지면서 국제유가 상승 영향이 본격화돼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올라섰고 근원물가도 2%대 중반으로 높아졌다"며 "생활물가가 소비자물가를 웃도는 오름세를 보이고 있어 기대인플레이션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상방 압력을 일부 완화하겠지만 공급 충격의 파급 영향과 수요 측 물가 압력이 확대되면서 상당 기간 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을 웃돌 것"이라며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가 지연되는 상황에서 높아진 기대인플레이션과 기업들의 가격 인상 가능성이 추가적인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금융안정 리스크에 대한 우려도 나타냈다. 신 총재는 "수도권 주택시장의 매매·전월세 가격 상승세가 이어지고 추가 상승 기대도 높아졌다"며 "주가 상승 과정에서 레버리지를 활용한 '빚투'가 크게 늘면서 그간 안정세를 보이던 가계대출 증가 규모도 5월 들어 큰 폭으로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과도한 레버리지 투자는 가격 조정 시 개인적인 손익에 큰 영향을 줄 뿐 아니라 시장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신 총재는 물가 상승 부담이 저소득층에 더 크게 작용하는 만큼 선제적인 물가 안정 노력이 취약계층 부담을 완화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금리 인상으로 기업과 가계의 부채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만큼 선별적인 지원은 재정정책을 통해 이뤄지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밝혔다.

외환시장과 관련해선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 높은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 따른 기업 납세와 국내 투자 확대가 원화 수요를 늘리면서 점차 안정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중동 사태 전개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지속될 경우 수입물가 상승을 통해 물가 압력을 키울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신 총재는 향후 정부와의 거시건전성 정책 공조를 강화하고 원화 국제화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달 예정된 외환시장 24시간 개장과 역외 원화결제시스템 구축을 통해 외국인 투자자의 원화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역외선물환(NDF) 거래 수요를 국내 시장으로 흡수하겠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AI 붐에 따른 반도체 호황은 우리 제조업 경쟁력의 결과이면서도 외부 환경 변화의 영향이 큰 만큼 현재 성과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신 총재는 "확충된 재정 여력과 기업 재무 여건을 바탕으로 성장잠재력 제고를 위한 투자를 확대하고 지역·세대·계층 간 양극화를 완화해야 한다"며 "인구구조 변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대안을 마련하고 잠재성장률과 중립금리에 미치는 영향도 다각도로 살펴 정부에 정책 제언을 해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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