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이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에 따른 달러 약세와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 전환 등에 힘입어 1510원대로 내려왔다.
12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0.9원 내린 1518.0원에 출발한 뒤 낙폭을 유지하며 전일 대비 9.1원 하락한 1519.8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는 1517.0원까지 하락하기도 했다.
간밤 달러화는 약세를 나타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정됐던 대이란 공습 계획을 취소하고 미국과 이란 간 종전 양해각서(MOU)가 사실상 타결 단계에 들어섰다고 밝히면서 국제유가와 미국 국채금리가 동반 하락한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이란과의 논의가 최고지도부 차원까지 올라가 승인을 받았다"며 "오늘 저녁 예정됐던 대이란 공습과 폭격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이어 수일 내 종전 합의 서명식이 열릴 수 있다고 언급했다.
미국과 이란 간 종전 기대가 커지면서 국제유가도 하락했다. 11일(현지시간) 브렌트유와 WTI(서부텍사스산원유)는 각각 2.92%, 2.58% 하락한 배럴당 90.38달러, 87.71달러에 마감했다. 브렌트유는 4월 17일 이후, WTI는 5월 29일 이후 최저 수준이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기대가 커지면서 위험선호 심리도 회복됐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보여주는 달러인덱스는 이날 오후 3시30분 기준 99.795로, 전날 같은 시각보다 0.20포인트 하락했다.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매수세도 환율 하락을 뒷받침했다.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2조1000억원 넘게 순매수하며 지난달 7일 이후 25거래일 만에 순매수로 돌아섰다. 그동안 환율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던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 압력이 완화하면서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창립 76주년 기념사에서 "주가 상승과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주식자금 유출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의 높은 수준에서 변동하고 있다"며 "경상수지 흑자가 원화 수요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면서 향후 환율도 점차 안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예정대로 마무리되고 국제유가가 추가 하락할 경우 달러 강세 압력이 완화하며 원/달러 환율이 추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단 전망이 나온다.
민경원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의 이란 종전 합의 근접 발언에 이란 외무부까지 가세하면서 국제유가 하락, 국채금리 하락, 위험자산 상승이라는 원화 강세에 필요한 모든 조건이 충족됐다"고 말했다.
이어 "주춤했던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다시 외환시장으로 유입되고 외국인 자금 유출에 따른 수급 쏠림 현상도 완화되고 있다"며 "달러 약세에 베팅하는 해외 투자자들의 거래까지 가세할 경우 환율이 1500원 중후반까지 낙폭을 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