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경제부가 지난 1월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2.0%였다. 당시에도 불확실성은 있었지만 정부는 소비 증가와 건설부진 완화 등 내수 중심 회복세에 따라 우리 경제가 잠재성장률보다 높은 실질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나치게 낙관적인 전망이란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했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전쟁에 따른 에너지 가격 상승과 공급망 차질 등으로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줄줄이 하향되고 있는 것과 반대로 우리 경제는 사실상 나홀로 질주 중이다. 그 중심에는 반도체가 자리한다.
재정경제부는 14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성장전략'에서 올해 실질 GDP가 전년 대비 3.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2.0%)보다 1%포인트(p) 높여 잡았다. 내년 성장률은 2.2%를 기록할 것을 내다봤다. 올해 고성장에 따른 기저효과를 감안하면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이다.
경상성장률(명목성장률) 전망치는 더 극적이다. 지난 1월(4.9%)보다 7.4%p 상향 조정한 12.3%를 제시했다. 실질 GDP 성장률 전망치(3.0%)에 GDP 디플레이터(9.0%)를 곱해(1.03%×1.09%) 산출한 수치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우리 경제는 1% 중후반대로 추정되는 잠재성장률 달성조차 걱정해야 하는 처지였다. 당장 지난해만 해도 우리나라의 실질 GDP 성장률은 1.1%에 그쳤다.
정부 전망대로 올해 성장률이 3.0%를 기록하면 코로나19(COVID-19) 영향으로 역성장을 한 전년도(2020년, -0.7%)의 기저효과로 4.7% 성장을 달성한 2021년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정부 전망치는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보다 높은 수준이다. IMF(국제통화기금)와 ADB(아시아개발은행)는 최근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2.6%로 상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와 한국은행도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6%로 높여 잡았다.
성장률 전망치 상향 조정의 배경에는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리한다. 반도체 초호황은 수출과 투자·소비 성장을 다 끌어올리며 한국 경제를 견인하고 있다.
실제 올해 상반기 반도체 수출액은 192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62.6% 급증했다. 기존 연간 최대 실적인 지난해 기록(1734억달러)을 상반기에 이미 넘어섰다. 특히 지난달 반도체 수출액은 448억2000만달러를 기록, 사상 처음으로 월 400억달러 수출 기록을 세웠다.
이에 힘입어 올해 상반기 전체 수출액은 4967억달러로 1년 전보다 48.4% 증가했다. 상반기 역대 최대 수출 실적이다. 지난달에는 사상 첫 월수출 1000억달러 고지도 넘었다.
그 결과, 지난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GDP는 전기 대비 1.8% 깜짝 성장했다. 같은 기간 명목 GDP 성장률은 10.5%로, 1976년 1분기(13.0%) 이후 50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재경부는 올해 수출액이 1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했다. 전년 대비 40% 급증한 9930억6200만달러 수출액을 달성할 것이란 기대다. 올해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290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한국 경제의 호조는 중동전쟁 등 영향으로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것과 대비된다. IMF는 최근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 조정(1.9%→2.6%)하면서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3.0%로 0.1%p 하향 조정했다. 한국이 포함된 선진국 그룹의 성장률 전망치도 1.7%로 0.1%p 내려 잡았다.
IMF의 한국 성장률 전망치는 △미국(2.1%) △스페인(2.1%) △호주(1.9%) △일본(1.1%) △영국(1.0%) 등 이번에 수정 전망한 주요 선진국 그룹 가운데 가장 높다.
이형일 재경부 1차관은 "다른 기관들은 3·4월 데이터로 추계를 한 것으로 생각하지만 정부는 가장 최신 데이터까지 보고 판단했다"며 "가장 큰 변화는 결국 반도체 호황으로 인한 수출 증대"라고 설명했다.
이어 "또 중동전쟁 긴장이 다소 완화됐고, 반도체 호황에 따라 조기에 설비투자를 하려는 기업들의 분위기도 일부 반영했다"며 "여기에 정책의지도 담겨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최근의 성장 호조세가 기조적인 성장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정책적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핵심은 1% 중후반대까지 내려온 잠재성장률 반등을 이뤄내는 것이다.
정부는 구체적인 시기를 특정하진 않았지만 이재명정부 임기가 끝나는 2030년까지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 노력한다는 계획이다.
잠재성장률 반등의 양날개는 3대 메가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초격차 성장동력 육성'과 '지방 주도 성장'이다. 이를 위해 3대 메가프로젝트와 초혁신경제 선도 프로젝트 등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투자형 R&D 도입, 국부펀드·국민성장펀드 등을 통해 민관자금 지원을 확대할 방침이다.
이 차관은 "반도체 호황을 기회 삼아 압도적 투자를 하고, 피지컬 AI(인공지능) 등으로 사회 경제 전반의 생산성이 향상되면 총요소 생산성이 올라갈 것"이라며 "(잠재성장률 3% 달성이) 도전적이지만 해 볼 수 있단 자신감을 갖고 이재명정부 내에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